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엄마 몰래 환각 파티… 청소년 'OD' 유행 뒤엔, 캐묻지 않는 '창고형 약국'
2,846 47
2026.03.18 11:15
2,846 47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0060

 

10대들, 창고형 약국서 수면유도제 대량 구매
"약사와 상담 안 해도 돼" "의심 안 받고 간편"
오남용 및 자해 위험... "관리 기준 마련 시급"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권정현 기자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권정현 기자

"이것저것 많이 사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요."

울산에 사는 이모(15)양은 최근 수면유도제를 구하기 위해 버스로 1시간가량 떨어진 창고형 약국을 찾았다. 대부분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들이라, 원하는 만큼 넉넉히 손에 넣었다. 이양은 "동네 약국은 미성년자에게 수면유도제를 아예 판매하지 않거나 왜 구매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창고형 약국은 대형 마트 같은 분위기여서 의심의 눈초리를 덜 받고 약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양이 '약국 원정'까지 감행한 건 이른바 'OD' 때문이었다. OD는 약물 과다 복용을 뜻하는 'OverDose'의 줄임말로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을 한꺼번에 몇 십 알씩 복용해 마약처럼 환각을 경험하는 행위를 뜻한다. 신체 기능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환각 경험담을 인증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처럼 유행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OD 확산에 특히 창고형 약국이 일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약물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약국은 OD 문제가 대두되자 구매자 연령 확인 등을 강화해 청소년들이 약을 사기 어려워졌지만,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직접 약을 골라 담는 방식인 데다 약사가 증상 확인과 복약 상담도 하지 않아 아무 제약 없이 약을 구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한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 일곱 상자. 전체 70정으로 적지 않은 양이지만, 구매 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권정현 기자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한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 일곱 상자. 전체 70정으로 적지 않은 양이지만, 구매 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권정현 기자

실제로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창고형 약국을 찾아가 수면유도제(10정) 일곱 상자를 계산대에 올렸더니 약사는 구매 목적에 대한 질문도 없이 결제를 진행했다. 매장 내부에는 안내를 담당하는 약사 2명과 판매를 담당하는 약사 4명이 있었으나 복약 지도는 소비자가 먼저 문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졌다. 진열대에 놓인 일부 수면유도제 가격은 한 상자에 2,000원을 넘지 않아 청소년이 구매하기에도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약물 구하기가 쉬워지면 OD뿐 아니라 자해나 자살 시도도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3년 전부터 가족 갈등으로 자해 충동을 겪은 서모(19)씨는 "일반 약국은 약사와 대면해야 하지만 창고형 약국은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좋다"며 "수면유도제 복용량이 점차 늘면서 다른 약과 술을 함께 먹고 횡문근융해증으로 3주간 입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학업과 가정 폭력 문제로 약물 과다 복용을 시작했다는 A(16)군은 "창고형 약국이라도 너무 많이 사면 의심을 살까 봐 여러 번 나눠 계산했더니 별말 없더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모(경기 용인시·45)씨도 "아이가 엑스(옛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어, 용인에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창고형 약국까지 가 수면유도제를 여덟 박스 구매했다"며 "키도 150㎝대 초반이라 누가 봐도 어린 학생인 아이에게 판매했다는 게 괘씸해 약국에 전화로 항의했지만, 판매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진역대에 쌓인 건강기능식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진역대에 쌓인 건강기능식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중략)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오는 청소년 상당수가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경우"라며 "일반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큰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1,375명에서 2024년 1,918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청소년의 의약품 구매를 제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도 창고형 약국 규제 법안 6건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은 청소년에게 특히 유혹적이기 때문에 오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엄격한 관리 기준과 규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4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이레시피X더쿠💛] NMIXX 지우 PICK! 피부 고민을 지우는 아이레시피 클렌징오일 체험단 모집! 224 03.16 56,13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8,59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72,29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71,24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11,68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6,54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18,90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5,90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6,80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5,4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12,78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4661 팁/유용/추천 날개뼈 부근 등근육이 아픈데 손이 안닿아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스트레칭 꿀팁...twt 2 12:40 167
3024660 이슈 웨이브(Wavve)에 새로 올라왔다는 시리즈 2 12:39 524
3024659 이슈 젠틀몬스터를 카피한 블루엘리펀트 대표가 구속됐는데, 디자인 모방 범죄 최초래. 20 12:37 1,313
3024658 이슈 총격 사건 이후로 보안 강화한 상태로 목격된 리한나 4 12:37 982
3024657 이슈 [WBC]남들 표정 썩을때 혼자 웃으면서 메달받는 미국선수 6 12:37 1,124
3024656 유머 사이좋게 우유나눠마시는 견원지간 2 12:36 423
3024655 기사/뉴스 김선태, "청와대 왜 안 갔어" 동네 어르신 돌직구에 당황 [RE:뷰] 11 12:35 903
3024654 유머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는지 아는 방법 12:33 784
3024653 정치 [강훈식]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서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무박 4일간 UAE에 다녀온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6 12:33 245
3024652 이슈 [WBC] 은메달은 야무지게 받아간 타릭 스쿠발 18 12:33 1,287
3024651 기사/뉴스 '응원봉 가격이 33만원'…BTS 공연 앞두고 '품귀' 대란 3 12:33 554
3024650 기사/뉴스 트럼프, 野잠룡 뉴섬에 "학습 장애인, 대통령 안 돼" 막말 4 12:32 193
3024649 이슈 [WBC] MVP 마이켈 가르시아 12:32 249
3024648 유머 창억떡 붐이 인정되는 대전에서 올라온 고속버스안에 타고있던 창억떡들 10 12:32 1,930
3024647 이슈 뮤즈라이브, 키트앨범 회수해 자원순환 모델 구축…ESG 경영 속도 12:31 75
3024646 기사/뉴스 [속보] 李 지시한 '하천 불법시설 재조사'..보름 만에 전북서 '8백여 건' 15 12:29 747
3024645 이슈 [WBC] 2026 WBC 타점 부문 1위 29 12:26 1,939
3024644 기사/뉴스 “호구 되느니 탈출” 짐 싸서 日 가는 남자들 많더니…한국男·일본女 결혼 ‘폭증’ 87 12:26 1,801
3024643 이슈 박평식이 '칼 세이건도 큐브릭 감독도 울컥하겠어(★★★☆)' 라고 평가한 영화 첫 에그지수 뜸... 18 12:26 1,218
3024642 기사/뉴스 "BTS 공연 때 반차 내라"…노동자 '쉴 권리' 침해 사례 잇따라 26 12:26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