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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엄마 몰래 환각 파티… 청소년 'OD' 유행 뒤엔, 캐묻지 않는 '창고형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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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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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0060

 

10대들, 창고형 약국서 수면유도제 대량 구매
"약사와 상담 안 해도 돼" "의심 안 받고 간편"
오남용 및 자해 위험... "관리 기준 마련 시급"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권정현 기자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있다. 권정현 기자

"이것저것 많이 사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요."

울산에 사는 이모(15)양은 최근 수면유도제를 구하기 위해 버스로 1시간가량 떨어진 창고형 약국을 찾았다. 대부분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들이라, 원하는 만큼 넉넉히 손에 넣었다. 이양은 "동네 약국은 미성년자에게 수면유도제를 아예 판매하지 않거나 왜 구매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며 "창고형 약국은 대형 마트 같은 분위기여서 의심의 눈초리를 덜 받고 약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양이 '약국 원정'까지 감행한 건 이른바 'OD' 때문이었다. OD는 약물 과다 복용을 뜻하는 'OverDose'의 줄임말로 종합감기약, 수면유도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을 한꺼번에 몇 십 알씩 복용해 마약처럼 환각을 경험하는 행위를 뜻한다. 신체 기능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환각 경험담을 인증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처럼 유행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OD 확산에 특히 창고형 약국이 일조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약물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약국은 OD 문제가 대두되자 구매자 연령 확인 등을 강화해 청소년들이 약을 사기 어려워졌지만,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직접 약을 골라 담는 방식인 데다 약사가 증상 확인과 복약 상담도 하지 않아 아무 제약 없이 약을 구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이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한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 일곱 상자. 전체 70정으로 적지 않은 양이지만, 구매 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권정현 기자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한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 일곱 상자. 전체 70정으로 적지 않은 양이지만, 구매 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권정현 기자

실제로 기자가 1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창고형 약국을 찾아가 수면유도제(10정) 일곱 상자를 계산대에 올렸더니 약사는 구매 목적에 대한 질문도 없이 결제를 진행했다. 매장 내부에는 안내를 담당하는 약사 2명과 판매를 담당하는 약사 4명이 있었으나 복약 지도는 소비자가 먼저 문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졌다. 진열대에 놓인 일부 수면유도제 가격은 한 상자에 2,000원을 넘지 않아 청소년이 구매하기에도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약물 구하기가 쉬워지면 OD뿐 아니라 자해나 자살 시도도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3년 전부터 가족 갈등으로 자해 충동을 겪은 서모(19)씨는 "일반 약국은 약사와 대면해야 하지만 창고형 약국은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좋다"며 "수면유도제 복용량이 점차 늘면서 다른 약과 술을 함께 먹고 횡문근융해증으로 3주간 입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학업과 가정 폭력 문제로 약물 과다 복용을 시작했다는 A(16)군은 "창고형 약국이라도 너무 많이 사면 의심을 살까 봐 여러 번 나눠 계산했더니 별말 없더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모(경기 용인시·45)씨도 "아이가 엑스(옛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어, 용인에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창고형 약국까지 가 수면유도제를 여덟 박스 구매했다"며 "키도 150㎝대 초반이라 누가 봐도 어린 학생인 아이에게 판매했다는 게 괘씸해 약국에 전화로 항의했지만, 판매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진역대에 쌓인 건강기능식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진역대에 쌓인 건강기능식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중략)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오는 청소년 상당수가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경우"라며 "일반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큰 위험 요소"라고 짚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1,375명에서 2024년 1,918명으로 약 40% 증가했다.

청소년의 의약품 구매를 제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도 창고형 약국 규제 법안 6건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은 청소년에게 특히 유혹적이기 때문에 오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엄격한 관리 기준과 규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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