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의 오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연구진은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내적·외적 요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력은 전체의 50~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2배나 높은 것입니다.
https://x.com/hanitweet/status/2031716781618770052?s=20
쌍둥이 데이터로 유전-환경 요인 비교
연구진에 따르면 과거엔 많은 이들이 사고나 감염 같은 외적 요인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이런 요인에 의한 사망은 줄고 노화로 인한 쇠약, 노화 관련 질병 같은 내적 요인에 의한 사망 비중이 더 높아졌다. 한마디로 기존 연구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사망 원인이 달라진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1800년대 기록까지 남아 있는 덴마크와 스웨덴 쌍둥이 연구 데이터와 미국의 100살 이상 장수인 형제 연구 데이터를 다시 살펴봤다.
두 가지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일란성 쌍둥이는 DNA를 100% 공유하는 반면, 이란성 쌍둥이와 형제들은 평균적으로 약 절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면 유전적 요소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데이터에는 특히 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하자 쌍둥이 형제 간의 수명이 훨씬 더 비슷하게 나왔다. 또 공중보건 제도가 개선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던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 데이터에서는 유전자의 영향을 거의 가려낼 수 없었지만 20세기를 지나면 유전자의 영향력(유전율)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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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카린 모디그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한 것은 환경이지 유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100년 전엔 주로 얼마나 잘 먹었는지에 따라 키 차이가 났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오늘날엔 유전적 차이가 이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수명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보건위생과 식단의 질이 좋아지면서 환경 요인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유전적 요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전의 추정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모디그 교수는 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높아졌더라도 여전히 환경이나 생활 방식, 의료 서비스, 그리고 무작위적인 생물학적 과정이 수명 차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