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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ye] "왕과 사는 극장이 됐나?"…'왕사남', 1000만 움직인 설득

무명의 더쿠 | 11:03 | 조회 수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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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가장 잔인한 스포일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극장으로 향했다. 권력의 기록이 아닌, 그 안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올해 극장가의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만이 사라진 시장. 관객은 움직일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항준 감독은 단종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왕좌가 아닌 고립을 응시한다. '이야기의 왕'이 연출하고, '역사의 왕'이 중심에 서며, '연기의 왕'들이 숨을 불어넣었다. 결말을 아는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극장을 다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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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왕
 
장항준 감독은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스릴러, 범죄, 코미디, 드라마 등 꾸준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해왔다. 장르는 달랐지만, 중심은 늘 같았다. 이야기였다.
 
영화 '기억의 밤'에서는 심리 스릴러 구조 안에 가족의 서사를 심었고, '리바운드'에서는 스포츠 드라마를 통해 청춘의 성장담을 풀어냈다. 장르를 전면에 세운 듯하지만, 끝내 남는 건 인물의 감정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 역사극의 스케일을 과시하기보다, 단종이라는 인물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화려하게 밀어붙이기보다 호흡을 조절한다.
 
물론, 누군가는 연출의 밀도나 장면의 스케일을 두고 아쉬움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장항준의 강점은 과시가 아닌 균형에 가깝다.
 
유배의 고립을 과도하게 비극화하지 않고, 곳곳에 배치한 위트로 리듬을 환기한다. 무거운 사극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조율한다.
 
혁신 대신 설득을 택한 연출이었다. 그 안정된 호흡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장항준의 대중성은 가벼움이 아닌, 장르를 바꿔도 관객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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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왕
 
단종 이야기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역사가 가장 큰 스포일러임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소비되는 이유는 명확했다. '왕사남'은 단종의 비극이 지닌 원초적인 힘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기존 단종과 관련된 작품들이 계유정난이나 권력 다툼에 집중해 왔다면, '왕사남'은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개인에 집중했다. 정치사의 일부가 아닌, 한 사람으로 그를 바라본다.
 
유배지에서 왕의 자리를 빼앗긴 채 살아야 했던 소년의 고립, 준비되지 않은 권력을 짊어진 공포, 그리고 끝내 자신의 운명을 직시해야 하는 인간의 선택까지.
 
영화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보는 시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 무너지고 버티는 감정을 천천히 응시한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이 생기는 이유다.
 
관객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보다 '그가 어떻게 버티는가'를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종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지금 우리 옆에 있는 하나의 인물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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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의 왕
 
천만 영화의 또 다른 공식은 세대 교차 캐스팅이다. 박지훈이 단종 역을 맡았다. 억눌린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폭발하는, 무채색 같으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다.
 
박지훈은 단종을 섬세하고 밀도 높은 감정으로 완성했다. 소년처럼 순수하고 맑은 얼굴을 그리다가도, 점차 고립과 공포를 내면화한다. 눈빛의 결이 달라지는 순간마다 인물의 시간이 흐른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균열을 드러낸다. 단종을 역사의 한 인물에 그치지 않고, 지켜보고 싶은 존재로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유해진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는 또 다른 주인공 '엄흥도'를 맡았다. 특유의 서민적이고 친근한 연기에 생존을 향한 처절함을 더했다.
 
역사의 기록 속에선 조연에 가깝지만, 영화에선 단종과 감정의 축을 이루는 인물이다. 유해진은 웃음과 눈물로 극을 주무르며 영화의 무게가 무거워지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박지훈과 유해진은 신선함과 안정감의 조합으로 완벽한 대칭을 만들어냈다. 박지훈이 서사의 감정적 폭을 확장하면, 유해진은 그 감정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온도로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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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은 단순히 관객 수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세대의 감정을 설득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숫자다. 장항준의 유연함 위에 단종이라는 묵직한 역사를 얹고 박지훈과 유해진이 숨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세 개의 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극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25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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