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D-eye] "왕과 사는 극장이 됐나?"…'왕사남', 1000만 움직인 설득
1,287 5
2026.03.07 11:03
1,287 5

eQhYvi

역사는 가장 잔인한 스포일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극장으로 향했다. 권력의 기록이 아닌, 그 안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올해 극장가의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만이 사라진 시장. 관객은 움직일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항준 감독은 단종을 꺼내 들었다.

 

이번엔 왕좌가 아닌 고립을 응시한다. '이야기의 왕'이 연출하고, '역사의 왕'이 중심에 서며, '연기의 왕'들이 숨을 불어넣었다. 결말을 아는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극장을 다시 채우고 있다.
uLOeDD
◆ 이야기의 왕
 
장항준 감독은 한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스릴러, 범죄, 코미디, 드라마 등 꾸준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해왔다. 장르는 달랐지만, 중심은 늘 같았다. 이야기였다.
 
영화 '기억의 밤'에서는 심리 스릴러 구조 안에 가족의 서사를 심었고, '리바운드'에서는 스포츠 드라마를 통해 청춘의 성장담을 풀어냈다. 장르를 전면에 세운 듯하지만, 끝내 남는 건 인물의 감정이었다.
 
'왕과 사는 남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한 역사극의 스케일을 과시하기보다, 단종이라는 인물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화려하게 밀어붙이기보다 호흡을 조절한다.
 
물론, 누군가는 연출의 밀도나 장면의 스케일을 두고 아쉬움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장항준의 강점은 과시가 아닌 균형에 가깝다.
 
유배의 고립을 과도하게 비극화하지 않고, 곳곳에 배치한 위트로 리듬을 환기한다. 무거운 사극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조율한다.
 
혁신 대신 설득을 택한 연출이었다. 그 안정된 호흡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장항준의 대중성은 가벼움이 아닌, 장르를 바꿔도 관객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감각이다.
 
fpBYWQ
 역사의 왕
 
단종 이야기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역사가 가장 큰 스포일러임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소비되는 이유는 명확했다. '왕사남'은 단종의 비극이 지닌 원초적인 힘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기존 단종과 관련된 작품들이 계유정난이나 권력 다툼에 집중해 왔다면, '왕사남'은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개인에 집중했다. 정치사의 일부가 아닌, 한 사람으로 그를 바라본다.
 
유배지에서 왕의 자리를 빼앗긴 채 살아야 했던 소년의 고립, 준비되지 않은 권력을 짊어진 공포, 그리고 끝내 자신의 운명을 직시해야 하는 인간의 선택까지.
 
영화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보는 시간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 무너지고 버티는 감정을 천천히 응시한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이 생기는 이유다.
 
관객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보다 '그가 어떻게 버티는가'를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종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지금 우리 옆에 있는 하나의 인물로 되살아났다.
 
FfrMyc
 연기의 왕
 
천만 영화의 또 다른 공식은 세대 교차 캐스팅이다. 박지훈이 단종 역을 맡았다. 억눌린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폭발하는, 무채색 같으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다.
 
박지훈은 단종을 섬세하고 밀도 높은 감정으로 완성했다. 소년처럼 순수하고 맑은 얼굴을 그리다가도, 점차 고립과 공포를 내면화한다. 눈빛의 결이 달라지는 순간마다 인물의 시간이 흐른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균열을 드러낸다. 단종을 역사의 한 인물에 그치지 않고, 지켜보고 싶은 존재로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유해진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다. 그는 또 다른 주인공 '엄흥도'를 맡았다. 특유의 서민적이고 친근한 연기에 생존을 향한 처절함을 더했다.
 
역사의 기록 속에선 조연에 가깝지만, 영화에선 단종과 감정의 축을 이루는 인물이다. 유해진은 웃음과 눈물로 극을 주무르며 영화의 무게가 무거워지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박지훈과 유해진은 신선함과 안정감의 조합으로 완벽한 대칭을 만들어냈다. 박지훈이 서사의 감정적 폭을 확장하면, 유해진은 그 감정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온도로 조절했다.
 
FpxXWL
천만은 단순히 관객 수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세대의 감정을 설득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숫자다. 장항준의 유연함 위에 단종이라는 묵직한 역사를 얹고 박지훈과 유해진이 숨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세 개의 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극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25682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쿠팡플레이 <강호동네서점> 강호동 X 악뮤와 함께하는 인생 이야기! 댓글 이벤트 📖❤️ 28 04.03 10,29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25,87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099,88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11,11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10,17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82,2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35,19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49,1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7 20.05.17 8,660,3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9,53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54,01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34171 유머 요즘 애들은 뭔지 모르는 주방용품.jpg 13 22:39 911
3034170 이슈 윤서빈 인스타 업데이트(ft.벚꽃).jpg 1 22:38 347
3034169 유머 스승님 저는 왜 이렇게 발전이 더딘가요? ㅠㅠ 3 22:37 705
3034168 이슈 갓 핀 벚꽃 다 떨군 범인을 찾습니다 22:36 811
3034167 유머 [KBO] SSG랜더스 >>1년<< 계약 응원하겠다던 진돌 근황...jpg 17 22:35 1,001
3034166 이슈 이제는 남자만나면 내 목숨이 위태로운 것뿐만 아니라 엄마의 목숨까지 위험해짐 6 22:34 959
3034165 유머 억대연봉자 길거리 인터뷰.gif 18 22:33 1,804
3034164 이슈 은하계 악명높은 빌런의 저주받고 꼬인 인생....jpg 2 22:33 620
3034163 이슈 잠실과 그 주변 덕들, 입양됐다가 유기된 고양이가 있다고 함 22:33 507
3034162 유머 경상도인들만(?) 구별 한다는 "사회" 억양 ㅋㅋ 5 22:32 515
3034161 정보 코첼라 무대하러 모두 출국한 빅뱅.jpg 9 22:32 958
3034160 이슈 현재 마린스키 발레단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페어의 지그프리드 x 오딜 (백조의 호수) 폰캠.shorts 3 22:32 305
3034159 이슈 프로듀서 감다살이라고 화제인 걸그룹 노래 2 22:31 404
3034158 유머 놀아달라 했다가 삐져서 떼굴떼굴 구르는 후이바오🩷💜🐼🐼 9 22:31 648
3034157 이슈 4년 전 오늘 발매된_ "Glitch" 1 22:28 209
3034156 유머 그냥 관심만 가지세요 8 22:27 1,221
3034155 이슈 미국방부장관이 교황의 피묻은 손이란 말에 화나서 성금요일에 펜타곤내 카톨릭미사를 금지시켰다고 함 18 22:23 1,778
3034154 이슈 랩 하나는 진짜 맛있게 했던 엔시티 마크.. 26 22:22 1,701
3034153 이슈 이 업계 얼마나 좁은 줄 아냐? 30 22:19 4,767
3034152 기사/뉴스 오상진·김소영, 둘째 아들 품에 안아…"산모·아이 모두 건강" 4 22:18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