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의 허탈감이 분노로 번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반면, 대구경북 통합법안은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 여파로 심사가 보류되자 지역 사회는 들끓고 있다. 지역의 100년 대계를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망쳐버렸다는 격한 성토가 도심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25일 오전 동대구역 대합실과 서문시장 등 시민들이 모이는 주요 거점에서는 전날 국회에서 전해진 소식이 단연 최대 화두였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지역 대의기관과 정치권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5)씨는 다 된 밥상에 재를 뿌린 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광주전남에 막대한 특례를 부여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데,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의회가 앞장서서 반대 명분을 헌납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년층의 상실감은 더욱 깊다. 취업 준비생 박모(28)씨는 좋은 일자리가 없어 친구들이 매년 수도권으로 떠나는 상황에서, 행정통합은 그나마 지역이 자생력을 갖출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석수나 밥그릇이 줄어들까 봐 통합을 막아선 것이라면, 지역 청년들의 미래를 담보로 기득권 정치를 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시민들의 분노는 대구시의회뿐만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 파열음을 냈던 지역의 주요 정치인들을 향하고 있다. 지역 정가 안팎에서는 이강덕 전 포항시장, 김재원, 최경환 등 유력 인사들이 거시적인 지역 발전보다는 각자의 지지 기반 결속과 선거 셈법에 치중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각자도생 정치가 여당에게 대구경북을 배제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핑계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중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58)씨는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본인들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하다며 혀를 찼다. 그는 남들은 통합특별시로 출범해 국가 지원을 싹쓸이할 판인데, 우리는 2년 뒤에 천천히 하자는 시의회의 안일한 태도를 보면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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