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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효준, 린샤오쥔 되기 전…"엄마, 한국이 제일 무서워"

무명의 더쿠 | 02-24 | 조회 수 559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린샤오쥔(30·한국명 임효준)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 미디어 담당관을 통해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은 한결같이 “안 된다”였다. 경기를 마치고 이동할 때는 경호원이 그의 곁을 지켰다. 린샤오쥔은 중국에서 스타다. 팻말을 든 한 팬은 “한국 출신인 걸 알지만 국적은 상관없다”고 했다.


모든 경기를 마친 21일, 린샤오쥔은 믹스트존에서 비로소 입을 열었다.

“8년이란 시간이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남자로 태어나 주저앉기 싫어 귀도 닫고 눈도 감았다. 쇼트트랙이 내 인생 전부기 때문이다.” 황대헌(27)의 이름을 꺼내자 “다 지난 일이다. 그땐 어렸다. 인생사 새옹지마더라”라고 했다. 사건 이후 처음 국제대회에서 재회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 것도 린샤오쥔이었다.

린샤오쥔은 귀화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동료 황대헌과의 사건이 시작이었다.

당시 CCTV 영상을 직접 본 관계자는 “훈련 중 황대헌이 암벽 기구를 오르던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먼저 주먹으로 쳤다. 이어 암벽에 오르는 황대헌의 반바지를 임효준이 잡아당겼다. 엉덩이 골만 잠시 드러났다.”


젊은 선수들이 장난을 주고받는 선수촌의 흔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황대헌은 동성 간 성추행으로 신고했다. 임효준이 사과를 위해 황대헌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황대헌 측은 경찰을 불렀다. 당시는 조재범 코치의 선수 폭행 사건으로 빙상계 전체가 들끓던 시기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여론의 눈치를 살핀 듯 서둘러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목격자였던 여자 국가대표 노도희가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했고, 탄원서를 써준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나선 이가 많지 않았다.


책임져야 할 어른들은 없었다. 당시 진천선수촌장 신치용은 후에 이렇게 털어놨다. “경고 정도로 끝나야 했다. 그렇게까지 갈 일이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사람들이 있었다. 임효준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성백유 전 평창올림픽 대변인은 더 직설적이었다. “당시 책임지는 어른이 없었다. 대한체육회장, 지도자들, 원로들은 비겁했다.”

빙상 내부에서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쇼트트랙계 거물의 지시를 거스르고 다른 팀을 택해 괘씸죄 중징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그에게 특정 팀 계약을 강요한 인사는 이번 올림픽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빙상연맹은 1년 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사실상 2년 공백이었다. 효력 정지 가처분으로 징계는 일단 무효화됐지만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중국의 귀화 제의가 들어왔다. 

2020년 5월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돼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해 9월 항소심에서 대법원은 “장난스러운 분위기였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목적이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종 판결문에는 “황대헌도 동료 여자선수가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지하고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임효준은 이미 린샤오쥔이 된 뒤였다. 가처분 결과를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지금도 남는다. 그러나 안현수(빅토르 안)의 귀화와는 결이 다르다. 안현수는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러시아행을 택했다. 임효준은 달랐다. 선발전을 통과해 국가대표 자격을 가지고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아이들 장난이 어른들의 눈치보기와 파벌 싸움으로 증폭돼 사실상 유배를 떠나게 된 것이다.

생활고 때문에 중국행을 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그가 원한 것은 단 하나, 올림픽이었다. 당시 어머니에게 남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다른 나라에 가는 것보다 한국이 더 무서워.”



밀라노=박린·김효경·고봉준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4685?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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