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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x 디올 보그 코리아 3월호 화보

무명의 더쿠 | 02-21 | 조회 수 4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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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말하는 김연아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해본 일이 있었나 싶다. 늘 타인의 소개와 수식어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혹은 스스로 남과 그렇게 다른 존재라고 여겨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를 설명할 딱 맞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나를 특별하게 보고 칭찬하지만, 내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도 마음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니 그저 아주 평범한 ‘인간 김연아’라고 소개하겠다.



의연함의 비결 사람들에게는 운동선수에 대한 환상이 있는 듯하다. 그저 험하고(웃음) 반복적인 일상으로 결과를 만들어가는 단순한 하루하루를 살 뿐인데··· 그런 세세한 과정까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려오는 말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일부러 마음을 다잡으려 했던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내겐 그저 일상이었다



기준은 ‘나’ 스포츠는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구분되는 세계다. 2등이나 3등도 충분히 잘한 결과인데 실패처럼 보이기도 해서 아쉬울 때가 있었다. 나도 당연히 그런 시선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었다. 성적이 좋아도 아쉬울 수 있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스스로 납득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나라도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려 했다.



치열한 시간을 거치고 보니 선수 시절에는 아주 치열하고 심각했다. 부모님뿐 아니라 팀 전체가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경쟁의식도 있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때도 아니라서 운동 밖의 세계가 정서적 환기가 돼주지도 못했다. 은퇴하고 보니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알게 됐다.(웃음) 100년을 산다면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었는데··· 이제 그 시간이 조금 달리 보인다. 라이벌 구도 안에서 서로를 견제하던 상대도 지금은 같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



선배의 진심 내가 은퇴를 바라보던 시기에 피겨를 시작했던 선수들이 어느덧 성장해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볼 때면 여전히 신기하다. 좋은 선수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흐름을 지켜보는 일도 그저 반갑다. 나를 포함한 여러 세대의 선후배들이 긴 시간에 걸쳐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전문적인 코치는 아니다 보니 후배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가끔 문자를 보내거나 필요할 때 조언을 하는 식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됐다면 충분히 감사하다.



일의 목표 안정적으로 반복하는 일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도전’이라는 단어가 나와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 은퇴 이후 이어지는 일 역시 도전으로 여기기보다는 주어졌기에 열심히 해내야 할 일로 받아들인다. 오늘 같은 화보 촬영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갈수록 익숙해졌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면서 잘 표현하는 것이 매일의 목표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디올 <보그>와 세 번째 커버 촬영을 했는데 확실히 전과는 공기가 다르다. 디자이너가 바뀐 후 처음 함께하는 공식적인 작업이기도 하고 파인 주얼리와 함께하는 촬영이어서 괜한 걱정이 앞섰다. 가까이에서 접한 주얼리는 기대한 만큼 인상적이었고, 모든 소품이 새로운 아우라를 내면서도 나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불시에 찾아온 설렘 뭔가에 자주 빠지진 않는다. 유행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도 몇 년에 한 번 정도 스스로도 놀랄 만큼 뭔가에 깊이 빠질 때가 있는다. 대상은 주로 음악이나 영화다. 한번 마음에 들면 질릴 때까지 반복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그랬고, 최근에는 로살리아의 앨범을 끝없이 재생 중이다. 의도치 않게 찾아온 설렘이다.



새로운 팀플레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자주 고민한다. 특히 결혼이라는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음을 깨달았다. 좋은 관계를 어떻게 오래 지속할 것인지, 어떤 태도로 대할지 궁리했는데 상대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핵심인 듯하다. 결혼은 타인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인 동시에 스스로를 깊이 알아가는 여정이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노력하다 보면 그 시간이 단단한 관계를 일굴 거라 믿는다. VK



https://www.instagram.com/reel/DVADXmtEj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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