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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휴민트', 하얀맛 조인성 vs 빨간맛 박정민 [한수진의 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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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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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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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김치찌개 먹을래, 된장찌개 먹을래. 변우석이랑 사귈래, 장기용이랑 사귈래. 살다 보면 둘 다 좋아서 쉽게 답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순간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를 본다는 건, 바로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얻는 일이다.조과장(조인성)이 좋아, 박건(박정민)이 좋아.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관객은 이 단순한 물음 앞에서 의외로 오래 갈등하게 될 수 있다. 사근사근하고 언제나 다정한 남한 남자 조과장, 마초적이지만 내 사람에게만큼은 누구보다 헌신적인 북한 남자 박건. 두 사람은 설렘을 유발하는 매력의 양 극단에서 관객에게 최고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다정한 온기와 거친 순정 사이에서 마음은 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영화 속 선화(신세경)가 그렇듯, 관객 역시 두 사람 사이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누구를 택해도 아쉬움이 남고, 누구를 포기해도 미련이 남는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간마저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된다.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다가가기 위해 두 인물의 매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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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과장, 빠져드는 다정함

 

국정원 블랙 요원인 조과장은 다정한 남자다. 정보원을 대하는 방식부터 그렇다. 그는 늘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상대를 어르고 달랜다. 라포를 쌓아 마음부터 열게 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먼저 건넨다. 북한에서 인신매매로 끌려온 첫 정보원 수린을 만났을 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조도 조사도 아닌 어깨에 가운을 덮어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과장은 끝내 수린을 지키지 못했다. '꼭 구해주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이 그의 머리와 마음을 헤집는다. 그래서 그는 다음 정보원 선화에게 더 깊이, 더 과하게 이입한다. 어머니의 약을 구해주고, 장갑을 선물하고, 생일을 챙긴다. 선화의 일이라면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선화를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향하는 순간에도 계산보다 감정이 앞선다. 그래서 평소에는 '에겐남'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폭발하는 '테토남'이 된다. 액션 폼이 미친 듯 살아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의 매력은 바로 이 모순에 있다.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동시에 무모할 만큼 뜨겁다. 연민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안고 선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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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 말보다 행동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인 박건은 조과장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그는 다정한 말 대신 거칠게 움직인다. 특히 일에 있어선 냉철하고 철두철미하다. 상대가 여자라고 봐주는 일도 없다. 임무 앞에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국경 지역 실종 사건을 조사하러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것도 명분상 그렇다. 실제 목적은 단 하나, 사라진 약혼녀 선화를 찾는 일이다.

 

박건의 세계는 단순하다. 목표가 생기면 그쪽을 향해 직선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선화에게만은 예외다. 주저하고 동요하며 염려한다. 적대 관계에 있는 황치성(박해준) 앞에서 그 감정을 숨기지 못할 만큼.

 

가장 잔인한 장면이 가장 다정한 장면이 되는 순간이 있다. 선화가 북한 공사관에 잡혀 고문당할 때, 박건은 차마 남의 손에 맡기지 못해 직접 물고문을 한다. 선화의 얼굴에 물을 붓는 박건의 얼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서려 있다. 그는 사랑을 위해 가장 아픈 선택을 스스로 짊어진다. 박건은 늘 그렇게 행동으로 마음을 증명한다. 인신매매 조직에 끌려간 선화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그가 선화를 마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외투와 신발을 벗어 입혀주는 일이었다. 말 대신 행동. 이것이 순정 마초 박건의 사랑 방식이다.

 

그래서 관객은 갈등한다. 편안한 온기로 감싸안아 주는 조과장인가, 말없이 몸으로 증명하는 박건인가. 누구를 택해도 틀리지 않는다. 둘 다 판타지고, 둘 다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남자들이다.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달콤한 선물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65/00000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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