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의 공천헌금 의혹을 규명하는 경찰 수사가 늦어도 너무 늦다. 사건 핵심 관계자의 출국을 알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가 하면, 현역 의원의 증거인멸 정황이 나온 상황에서도 강제수사에 즉각 들어가지 않았다. 전직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여당의 제명 결정 이후에야 본격화했다. 전격적인 체포·압수수색을 통해 핵심 증거·피의자를 빠르게 확보하기는커녕, 사건 관계자들이 증거를 숨기고 입을 맞출 시간을 계속 주고 있다.
경찰이 굼뜬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건은 김경 서울시의원의 공천헌금 1억 원 제공 의혹이다. 공여자인 그는 고발장 접수 이틀 후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머물며 경찰에 자수서를 보내 “1억 원을 건넬 때 강선우 의원도 현장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것은 '돈 받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는 강 의원 주장과 배치되는데, 강 의원 측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다. 그럼에도 경찰은 강 의원 강제수사에 즉각 착수하지 않았고, 김 시의원이 입국한 11일에야 강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의원은 사건 폭로 시점으로부터 3주 이상 경과되는 20일 처음 소환된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도 눈치를 보다 적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불법 자금 수수 등 13개 의혹의 당사자인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14일에야 이뤄졌다. 지난해 동작경찰서에 탄원서가 접수된 지 2개월 만이다. 수사가 늦어지면서 일부 사건 관계자의 휴대폰 교체 등 증거 인멸 의심 사례도 확인됐다.
“(수사를) 오히려 빨리 진행한 측면이 있다”는 서울경찰청장의 해명이 부끄러울 정도로,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 어느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야당 의원이나 전 정권 인사를 아무리 잡아넣어 봐야 수사기관 신뢰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현재 여당’ 인사들이 관련된 권력형 범죄 수사를 신속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는 수사기관을, 국민은 믿고 의지한다. 경찰이 국가 중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엔 지금의 수사는 너무나 느리고 나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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