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일본으로 탈출하는 중국의 부유층
3,465 5
2026.01.10 13:55
3,465 5

도쿄의 고급 주택가와 명문 학군에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룬리(潤日)'라 불리는 새로운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룬(Run)'은 중국어로 '이익(윤택함)'을 뜻하는 글자(潤)의 발음이 영어의 '도망치다(Run)'와 같은 것에서 착안한 은어로, 여기에 일본을 뜻하는 '리(日)'가 결합해 '일본으로 탈출하여 윤택한 삶을 찾는다'는 뜻의 신조어가 되었다.

 

 

2022년 상하이 록다운은 이 흐름의 결정적인 방아쇠였다. 언제든 내 자산과 자유가 통제될 수 있다는 공포를 목격한 중국의 자산가들은 '생존'이 아닌 '삶'을 찾아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2023년 한 해에만 1만 3,500명의 부유층이 중국을 떠났고, 잠재적으로는 약 800만 명이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케부쿠로에서 미나토구로: 주류의 교체

 

 

과거 일본 내 중국인 커뮤니티인 '올드 커머(Old Comer)'들이 푸젠성 등 농촌 출신으로 이케부쿠로나 니시카와구치 등 도심 외곽에 터를 잡았던 노동자 계층이었다면, 지금의 '뉴 커머'는 질적으로 다르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출신의 이들은 알리페이나 바이트댄스 같은 거대 테크 기업 출신이거나, 20대 후반에 이미 경제적 자유(FIRE)를 달성한 청년 재력가들이다.

 

 

이들은 1억~2억 엔(약 9억~18억 원) 정도의 자산은 "가볍게" 보유하고 있으며, 도쿄 최고의 부촌인 미나토구의 타워 맨션이나 도요스(豊洲) 등지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단순한 이민이 아니라 자본과 두뇌를 겸비한 엘리트 집단의 이동인 셈이다.

 

 

이들이 굳이 일본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민 장벽이 높아진 싱가포르나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우려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치안이 완벽하고 비자 문턱이 낮으며, 엔저 현상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는 동질감은 이들에게 "일본어는 배우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안도감마저 준다.

 

 

 

'쉐취팡(학구방)'의 상륙: 분쿄구를 점령하다

 

 

이러한 '룬리' 현상이 가장 극적으로 표출되는 곳은 부동산과 교육 시장이 맞물리는 접점이다.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유대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명문 학교 입학을 위해 해당 학군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식 '쉐취팡(学区房)' 투자가 도쿄 한복판에서 재현되고 있다.

 

 

현재 중국인 커뮤니티와 SNS인 '샤오홍슈(RED)'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도쿄대와 명문 학교들이 밀집한 '분쿄구(文京区)'와 '3S1K'다. 3S1K는 세이시, 쇼와, 센다기, 구보마치 등 4개의 명문 공립 초등학교를 일컫는데, 중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지역에 집을 구해 자녀를 입학시키는 것이 명문대 진학의 '정석 코스'로 통한다.

 

 

실제로 해당 지역 학교의 학급 명부를 확인해 보면 중국인 비율이 10%를 넘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의 살인적인 집값을 경험한 그들에게 도쿄 중심가의 아파트는 여전히 "배추 가격"처럼 저렴하게 느껴지기에, 망설임 없이 매수 버튼을 누른다.

 

 

 

SAPIX에 부는 중국풍: 경쟁의 역설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이 중국의 숨 막히는 입시 지옥과 사상 교육을 피해 일본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일본 내 가장 치열한 입시 학원인 'SAPIX(사피릭스)'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공립 학교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평가하는 이들은, 자녀들이 수학과 영어 실력을 이미 갖췄으므로 일본어만 보완하면 최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중국식 하드코어 교육관이 일본의 사교육 시장에 이식되면서, 느슨했던 일본 교육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일본의 '유토리(여유) 교육' 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고 평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삶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다.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여전히 중국 공안으로부터 "지켜보고 있다"는 식의 전화를 받으며 초국가적 감시의 그늘 아래 놓여 있기도 하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숨죽여 지내야 하는 처지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스위트 스팟'이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프라이메이트> 강심장 극한도전 시사회 초대 이벤트 53 01.08 35,223
공지 서버 작업 공지 1/11(일) 오전 1시 ~ 오전 1시 30분 [완료] 01.10 3,48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25,94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09,9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8,3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17,69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5,95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4,0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5,01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8688 기사/뉴스 (단독)쿠팡이츠 '1위' 비결?…조리시간 초과 땐 점주가 '음식값 부담' 3 06:15 225
2958687 이슈 24년 전 오늘 발매된_ "난 사랑에 빠졌죠" 06:14 43
2958686 이슈 지금 한창 상영, 방영 중인 각각 다른 작품 OST 두 곡 연달아 낸 여돌....(만약에 우리, Love Me) 06:04 199
2958685 이슈 방금 처음으로 음방 사녹한 롱샷 역조공품 06:01 216
2958684 이슈 아스트라 필름 어워즈 호러/스릴러 부문 연기상에서 나온 최초 기록 5 05:02 616
2958683 기사/뉴스 션, 정혜영 쏙 빼닮은 미모의 막내딸 공개 "주위에서 배우시키라고 해" [전참시] 2 04:44 3,158
2958682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17편 1 04:44 176
2958681 이슈 모범택시 시즌3만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간략 소개글 19 04:20 1,936
2958680 유머 @: 헤이 그록, 사진 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지워줘 1 03:56 1,533
2958679 이슈 딴게 아니고 구글맵 리뷰 볼때마다 ㄹㅇ 일본=정신병 근본국 이란거 뼈저리게 실감함 24 03:41 3,671
2958678 이슈 후덕죽 셰프 리뷰하는 단군 4 03:31 3,457
2958677 이슈 우리나라에서 커피광고모델 제일 오래한 사람 13 03:30 2,888
2958676 이슈 최근 유행하는 모수 (안성재 레스토랑) 초대권 사기 6 03:26 2,266
2958675 기사/뉴스 ‘솔로지옥4’ 이시안, 위고비 부작용 “3일간 정신 나가” 29 03:20 3,481
2958674 이슈 사람마다 진짜 갈린다는 인생 밥상.jpg 290 03:13 15,227
2958673 기사/뉴스 개런티가 573억원…다큐인가 뇌물인가 4 03:06 3,092
2958672 이슈 올데프 애니 영서 게임보이 챌린지 2 03:03 862
2958671 이슈 갈수록 라이브 말도 안되는 골든 (Glowin’ Version) 21 02:59 2,045
2958670 이슈 간호사 태움 간접체험 할 수 있는 드라마 장면.jpg 41 02:54 5,345
2958669 이슈 앙탈챌린지 한 엔하이픈 표정ㅋㅋㅋㅋㅋ 5 02:42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