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미국인은 점점 더 아프고 의료비는 치솟았는데, 정부가 기업 이윤을 지키기 위해 ‘음식 같은 것들’이 공중 보건에 좋다고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오늘로서 이 거짓말은 끝입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이날 발표한 것은 향후 5년간 진행될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이 문서는 단순한 건강 권고문이 아니다. 학교 급식부터 군대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영양 정책의 헌법과도 같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제 정책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상식의 파괴이자 전통으로의 회귀다. 지침 설계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조카로, 평소 가공식품과 백신 등 현대 의학 시스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그는 “미국인이 뚱뚱해지고 병드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저품질 가공식품을 먹도록 장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가 주도한 이번 지침은 탄수화물 위주 식단을 폐기하고, 그동안 ‘성인병의 주범’으로 몰렸던 붉은 고기와 지방의 누명을 벗기는 데 주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백질 섭취 권장량의 파격적인 상향 조정이다. 기존 2020년 지침에서는 체중 1㎏당 0.8g의 단백질 섭취를 권고했으나, 이번 새 지침은 이를 1.2~1.6g으로 최대 두 배까지 늘렸다. 성장기 청소년이나 근육량이 필요한 중장년층에게 “밥보다 고기를 더 먹으라”고 주문한 셈이다. 특히 과거 심혈관 질환을 이유로 섭취 제한을 받았던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가 전면 등장했다. 지침은 “과거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기 위해 단백질을 악마화했지만, 이제는 계란, 가금류, 해산물, 그리고 붉은 고기 등 영양 밀도가 높은 동물성 식품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마트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는 초가공식품에는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소시지, 과자, 냉동피자처럼 공장에서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치고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을 일컫는 초가공식품에 대해 2020년 지침은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번 MAHA 지침은 “초가공식품을 먹지 말라”고 단호하게 권고했다. 또 흰 빵과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을 강력히 제한하고, 대신 통곡물 섭취를 하루 2~4회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방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았다. 그동안 ‘건강의 적’ 취급을 받던 포화지방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우유와 요구르트는 ‘무지방·저지방’이 아닌 ‘전지방(Full-fat)’ 제품 섭취가 허용됐고, 요리할 때 식물성 기름 대신 버터나 우지(소기름)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인위적으로 정제된 식물성 기름보다 자연 상태의 동물성 지방이 인체에 더 낫다는 최신 영양학 흐름을 반영한 조치다. 다만 설탕이 첨가된 유제품은 여전히 경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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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치의 등장이다. 지침은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우어크라우트, 김치, 케피어, 미소 같은 발효 식품을 채소 및 고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미국의 국가적 식생활 지침에 김치가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처음 명시된 것은 ‘K푸드’의 위상이 영양학적으로도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번 지침을 두고 “미국 식문화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지만, 이미 육류 소비가 많은 미국인에게 단백질 섭취를 두 배로 늘리라는 권고가 자칫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ttps://v.daum.net/v/2026010814495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