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96% 쓰는 1분위 자산 축적 '막막'…치솟는 식비에 구매력 '뚝'
"월급 모아 집 못 산다"…자산 하위 20% 수도권 내 집 마련에 124년
지난 10년간 소득 분배 지표가 수치상으로 개선됐음에도 국민 10명 중 6명은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소득 대부분을 필수 생계비로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소비 구조와 급등한 주택 가격으로 인한 자산 격차가 통계와 체감 사이의 '괴리'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소득 분배와 체감 분배 간 괴리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등 주요 분배 지표는 최근 개선 흐름을 보였다.
2024년 기준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0.387)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320대까지 하락했고,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 역시 같은 해 5.7배 수준으로 낮아지며 수치상 불평등은 완화됐다. 보사연은 기초연금 인상과 각종 수당 지급 등 정부의 재정 정책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준 결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주관적 인식은 지표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득 분배 인식 조사'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약 60%는 "지난 10년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격차가 줄었다"고 인식한 비율은 소수에 불과해 객관적 지표 개선이 국민의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계층 간 소비 여력의 격차 △필수 생계비 부담 가중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 심화를 꼽았다.
소득 하위 20%, 버는 돈 96% 소비…자산 축적 기회 차단
연구진은 우선 저소득층일수록 고물가와 경기 변동에 취약한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9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소비 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지출의 비율을 뜻한다. 1분위 가구는 100만 원을 벌면 95만 6000원을 소비 지출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식비, 주거비, 의료비 등 필수적인 생계유지 비용을 제외하면 저축이나 투자를 위한 여유 자금(흑자액)이 사실상 거의 없는 구조다.
반면 동일 시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53.2%에 그쳤다. 고소득층은 소득의 절반가량만 소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저축하거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증식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식료품비 등 물가 상승도 분배 인식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엥겔지수)이 현저히 높았다.
분석 결과 1분위 가구는 전체 소득의 약 30%를 식료품비(외식 포함)로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5분위 가구의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약 10%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식료품 가격이 오를 때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3배가량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 폭등에 근로소득 무력감…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영향 커
연구진은 주택 가격 급등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간의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이것이 국민에게 단순한 소득 격차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자산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전체 자산 분위에서 아파트 구입이 어려워졌지만, 경제적 자원의 대부분을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절대다수의 박탈감이 더욱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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