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과속하면 넉달치 월급’… 인구 150만 도시의 ‘교통사망 0명’ 비결
3,577 25
2025.12.05 08:35
3,577 25

[2000명을 살리는 로드 히어로] 동아일보-채널A 2025 교통안전 캠페인
〈17〉 ‘사망 0명’ 헬싱키의 기적
제한속도 30㎞ 위반시 소득연동 벌금… 30∼50㎞ 제한도입 한국은 12만원
보행자-자전거 중심으로 도로 재설계… “출근길 킥보드-자동차 뒤섞여도 평온”

 

지난달 4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알렉산테린카투 거리. 중심 상점가인 이곳은 보행자와 택시 등만 다닐 수 있고, 제한속도 시속 20㎞가 적용된다. 수도권 인구까지 150만 명이 오가는 헬싱키는 이런 보행자 중심 정책

지난달 4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알렉산테린카투 거리. 중심 상점가인 이곳은 보행자와 택시 등만 다닐 수 있고, 제한속도 시속 20㎞가 적용된다. 수도권 인구까지 150만 명이 오가는 헬싱키는 이런 보행자 중심 정책 덕분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헬싱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핀란드 헬싱키 중심부 만네르하임 거리. 지난달 4일 오전 8시경 출근 시간에 맞춰 6차로 도로 위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자동차, 트램, 보행자가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여러 종류의 이동수단이 뒤섞였지만 경적 소리 하나 없이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헬싱키는 지난해 7월 마지막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로 올 7월까지 1년 동안 단 한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한 해를 통틀어도 사망자는 4명이었다. 헬싱키 인구만 69만 명이고 통근하는 수도권 인구가 총 150만 명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2019년에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가 0명이었던 만큼 ‘걷기 안전한 도시’라는 평가가 실제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현지에서 만난 티모 씨(60)는 “20년 전만 해도 이 도시의 교통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도 지금보다 훨씬 빨리 달렸고, 보행자를 배려하는 분위기도 부족했다”며 “지금의 변화는 정부와 시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 도시 저속화가 만든 ‘사망자 0’의 기적

 

인구 960만 명인 서울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21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21명꼴이다. 헬싱키는 같은 기준으로 0.58명이었다. 이런 성과는 현지에서도 놀랍게 받아들인다. 한 외신은 “유럽연합(EU) 전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도시에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무한 것은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기자와 만난 헬싱키 교통 엔지니어 로니 우트리아이넨 씨는 이 같은 성과의 출발점을 ‘속도’에서 찾았다. 그는 “도심과 주거지역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춘 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헬싱키는 2004년부터 도심 전반의 제한속도를 전면 조정해 시속 50km 도로는 40km로, 40km 도로는 30km로 낮췄다. 2021년 추가 조정으로 시속 30km 구간이 도심과 주거지역 대부분으로 확대됐고, 현재 도로의 절반 이상이 시속 30km 제한을 적용받는다.

 

독일 교통안전 연구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시속 50km에서 30km로 낮추면 전체 교통사고는 약 40% 감소한다. 사망자·중상자 수는 60∼7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의 ‘5030’과 달랐던 비결, ‘소득 차등 벌금제’

 

우트리아이넨 씨는 단순히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운전 속도를 줄이려면 단속이 필수”라며 “헬싱키는 약 70개의 과속 단속 카메라를 운영하고, 사고 다발 지역에서 경찰의 현장 단속도 잦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핀란드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이 달라지는 ‘일일벌금제(day-fine)’를 운영한다. 단순 과태료가 아닌 벌금으로, 위반 정도에 따라 최대 120일분의 소득을 벌금으로 부과한다. 이에 따라 고소득자가 제한속도를 크게 초과할 경우 수천만∼수억 원대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핀란드에선 연간 최고 약 12만 유로(약 2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 사례가 있었다.

 

한국도 2021년 ‘안전속도 5030’을 도입해 도심 간선도로를 시속 50km로 주택가 등 이면도로를 30km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시속 30km 적용 도로가 전체 도로에서 차지하는 정확한 비중은 공식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위반 시 부과되는 범칙금은 최대 12만 원 수준이다. 제한속도 위반보다 시속 100km가 넘는 ‘초과속 운전’ 시에만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때도 벌금은 최대 100만 원이다. 2023년에는 일부 교량·터널 구간의 제한속도를 오히려 시속 50km에서 60km로 상향하기도 했다.

 

● “도로의 주인은 보행자”… 도시를 다시 디자인

 

헬싱키는 도로 설계 자체를 바꿔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는 도시 재설계도 병행하고 있다. 우트리아이넨 씨는 “도로의 중심을 자동차에서 보행자와 자전거로 이동시킨 것이 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교통사고 사망·중상을 ‘0’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도로를 직선 대신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중앙에 나무를 심어 도로 폭을 3.2∼3.5m로 줄이는 등 물리적 감속 장치를 적극 도입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달 4일 찾은 알렉산테린카투 거리는 일반 차량과 버스 통행을 제한하고, 트램·긴급차량·보행 위주로 운영되는 사실상 보행자 중심 거리로 관리되고 있었다. 여러 백화점이 들어선 중심가인 이곳은 보행전용·보행우선 거리로 지정돼 있는데, 헬싱키는 2021년부터 이런 거리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전거 인프라도 대폭 확충했다. 시는 1500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하고, 도심에는 보행자·자전거·전동킥보드만 다닐 수 있는 전용 터널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기존 자동차 주차면 일부를 없애거나 축소해 그 자리에 공유 킥보드·자전거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버스·트램 노선을 늘리는 등 대중교통망 확충도 병행해 자동차 중심 이동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20/0003679543?ntype=RANKING

목록 스크랩 (0)
댓글 2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해피바스 X 더쿠💚] 탱글탱글하다♪ 탱글탱글한♪ 촉감중독 NEW 샤워젤리 체험 EVENT 234 00:05 6,04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10,11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0,825,53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266,50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175,20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995,68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0 21.08.23 8,439,98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3 20.09.29 7,372,49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89 20.05.17 8,561,7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58,63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49,488
모든 공지 확인하기()
398215 기사/뉴스 쿠키런: 킹덤, 미국 글로벌 트렌드 TOP10 선정… 오징어게임·케데헌과 나란히 10 13:01 265
398214 기사/뉴스 한예종, ‘학교폭력 전력’ 합격생 입학 불허 결정 “엄중히 인식” 3 12:57 815
398213 기사/뉴스 오세훈 베트남·말레이行…서울 혁신 사례 공유한다 23 12:55 520
398212 기사/뉴스 “차 버리고 걸어왔다” 서울시 제설 늑장 논란…한강버스도 운항 중단 1 12:52 375
398211 기사/뉴스 美 USC에 지드래곤 세계관 강의 생겼다 “K팝 아티스트 최초” 3 12:50 344
398210 기사/뉴스 민희진 “하이브 100% 책임, 뉴진스 갈라치기”…스스로는 ‘전화위복’이라 말하는 아이러니 4 12:48 274
398209 기사/뉴스 죽어라 공부만 하지 않았다…수능 만점자의 '화려한' 고3 생활 24 12:44 2,192
398208 기사/뉴스 10분 넘게 걸리는 '쿠팡 탈퇴'‥재가입은 38초 2 12:43 419
398207 기사/뉴스 BTS 진x지예은 빠진 '대환장 기안장2', 기안84와 함께할 숙박객·직원 찾는다 47 12:40 1,676
398206 기사/뉴스 장학기부 기업인의 두 얼굴...'전 연인 살해범' 신상공개 5 12:37 1,208
398205 기사/뉴스 교통대란 '제설 엉망' 지적에 ...서울시 "급격한 기온 하락, 제설제 비정상 작동" 8 12:37 784
398204 기사/뉴스 “팬=파트너” 하이브 이재상 대표…美 루미네이트 웨비나에서 밝힌 K-팝 전략 10 12:31 499
398203 기사/뉴스 박나래 측, '나도신나' 촬영 취소 "이번 사안과 무관, 스케줄 조율 과정서 딜레이" 13 12:30 1,682
398202 기사/뉴스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 '스타링크' 도입 공식 발표 18 12:29 1,674
398201 기사/뉴스 유재석, 국민MC는 ‘신’이 아닌데..조세호→이이경에 잡힌 머리채 23 12:27 1,160
398200 기사/뉴스 미국 국토안보장관 "입국 금지 대상국 '19개→30개' 확대 추진" 12:25 584
398199 기사/뉴스 술에 취해 강간 혐의→화장실에서 성폭행…UFC 스타 맥그리거, 女 소송 취하 '최종 기각' 복귀 시기 미정 12:20 740
398198 기사/뉴스 보건복지부,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전 회장의 인종차별 발언 방치한 적십사자에 '기관경고' 12:19 156
398197 기사/뉴스 "6000원으로 한 끼 해결"…직장인들 사이 뜨는 '가성비 점심' 15 12:18 2,982
398196 기사/뉴스 깨지면 200만원 날아간다…360만원 트라이폴드폰, 보험 불가? 4 12:16 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