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병원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입원 환자를 연명의료 거부 환자로 등록하고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서류에 임의로 서명한 사실이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대구에 사는 김 모 씨는 재작년 8월 폐렴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며칠 뒤 김 씨는 주치의로부터 어머니 상태가 악화할 수 있으니, 연명의료를 포기하는 내용의 가족 동의서를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내용을 잘 모른 채 동의서에 인적 사항을 쓰다가 작성을 중단했습니다.
김 씨는 “검사할 때 가족 동의를 받는 것인 줄 알고 쓰기 시작했다”며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어서 안 한다고 하고, 동의서를 돌려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어머니는 병세가 호전되다가 입원 한 달여 만에 갑자기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당시 연명의료인 심폐소생술 등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당시 간호 일지를 떼어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DNR은 ‘do no resuscitate’의 약자로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환자라는 뜻입니다.
지난 9월 복지부가 사건 경위를 조사한 결과, 병원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13일 담당 주치의는 김 씨가 쓰다 만 동의서를 병동 간호사실에 보관했습니다.
다음날 교대로 들어온 간호사는 해당 동의서를 병원 내 연명의료 담당 부서에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동의서를 전달받은 간호사는 서명란 등이 비어 있었지만, 환자 가족에게 확인하지 않고 직접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쓰고 서명까지 한 뒤, 정부 연명의료 관리시스템에 등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차트와 손목 밴드에는 DNR 표시가 활성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나 가족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등록 후 통보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해당 병원 측은 복지부 조사에서 “서명을 단순 누락한 걸로 인식해 보완 차원에서 서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씨가 병원 측을 형사 고소한 사건은 연명의료 중단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김 씨는 “가족들한테 평생에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며 “나이가 드셨으니까, 병세가 있으니까 돌아가실 수 있다고 해서 넘어가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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