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조각도시', 잘 세공된 범죄 조각...'지창욱'이라는 복수의 파편 (ize 리뷰)
752 2
2025.12.03 15:06
752 2
TmmWjf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상'은 완벽한 미학으로 평가 받는다. 신체 곳곳에 숨어 있는 황금비율, 골격과 근육 라인은 물론 핏줄까지 표현한 디테일, 그리고 '인간은 신의 완벽한 형상'이라는 르네상스 사상까지, 우리는 지금까지도 조각같이 잘 생긴 외모를 빗대어 '다비드상'이라 말한다.

조각은 두 개의 결과물을 낳는다. 다비드상의 본질은 하나의 대리석이다. 하나의 결과는 예술로 남아 지금까지 찬사를 받고 있다. 다른 결과물은 바로 대리석에서 나온 파편들이다. 조각을 위해 불가피하게 제거된 부산물에 시선을 두는 이는 드물다. 분명 그 파편 또한 예술을 위한 한 부분이었을텐데, 그저 쓰레기로 치부되어 돌가루로 사라진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조각도시'의 '안요한'(도경수)도 조각을 한다. 표면적인 직업은 대한민국 최고 보안 업체의 대표로 재벌에 준하는 권력과 재산을 쥐고 있다. 그는 작게는 기괴한 형상의 오브제를 조각하고, 크게는 우리 도시를, 즉 사회를 조각한다. 요한은 '대한민국 !% 권력자를 위한 면죄부'라는 예술품을 만든다. '범죄'라는 재료에 '누명'이라는 정을 두고 '조작'의 망치를 휘두른다. 그리고 이 예술은 '피해자'라는 파편을 생성한다.


GHuEbb

일종의 창조주다. 요한은 자신의 예술품을 위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선택한다. 이는 누군가에겐 생사의 기로가 된다. 그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완성된 조각처럼 아름답다. 매끈하고 논리적이고 흠이 없다. 그러나 그 완성 뒤에는 말 없이 사라진 사람들, 부서져버린 진실, 바닥에 쌓인 돌가루 같은 희생자들이 있다.

'박태중'(지창욱)은 요한의 창조물이다. 허나 조각 후 남겨지는 예술품이 아닌 버려지는 파편 쪽이다. 누구보다 선량한 청년이건만, 하루 아침에 강간살인마가 된다. 그 순간 친절했던 사회는 자신에게 침을 뱉는다. 단순한 우연의 오해인 줄 알았는데, 철저한 악의에 조작된 누명을 썼다. 대중들의 시선은 정교하게 깎여진 범죄 조각에 쏠릴 뿐, 깎여나간 파편은 쓰레기라 말한다. 그렇게 태중의 삶은 돌가루처럼 부서져 감옥이라는 거대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조각도시'의 시작은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부터다. 원작은 물론 '모범택시' 시리즈의 각본가인 오상호 작가가 기존의 세계관을 확장, 12부작의 드라마로 새롭게 매만졌다. '조각도시'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 영화까지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을 하며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올바른 리메이크의 일례다.


wyZNTF

고무적인 건 전체적인 완성도다. '완전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전작이 제한된 러닝타임으로 인해 액션이나 추격신 같은 장르적인 재미에 치중했다면, 이번 디즈니 오리지널에선 길어진 타임라인 위에 여러 캐릭터 간의 관계를 풍성하게 표현한다. 덕분에 서사의 개연성이 더해지고, 누명 스릴러에 필요한 요소들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누명 스릴러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조작되는 과정이 치밀해졌다. 태중이 여자친구를 비롯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면 당할수록 작품의 긴장은 더해진다. 태중의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시청자의 가슴 속 불안은 더욱 커진다. '나에게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납득됐을 때 '조각도시'가 가진 누명 스럴리의 매력이 시작된다.

태중의 수감 생활은 그 몰입을 위한 화룡점정이다. 여러모로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억압과 폭력 속에 돌가루처럼 부서졌던 태중이지만, 결국 심경의 반전을 이루면서 리벤지 스릴러의 서막을 연다. 또한 아군인 죄수 '노용식'(김종수)과 교도관 '양철환'(김재철), 빌런인 '여덕수'(양동근)와 '도강재'(음문석)와의 관계도 쌓아간다. 이후 태중의 행동이 개연성을 갖추는 과정이다.


bFWQDX

다만 원작에 없는 시퀀스 '레이싱 게임'에선 다소 고개가 갸웃해진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는 장면인데, '글로벌 시청자를 겨냥한 포석이 아닐까'라는 의구심까지 피어오른다. 소중하게 쌓아왔던 장르의 결이 급변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않아도 좋다. 박태중의 다음 스텝을 위한 합리적인 포석이다. 제작진의 노고가 돋보이는 부분이니 마치 안요한처럼 관객의 입장에서 지켜봐도 좋을 일이다. 

그렇게 '조각도시'는 누명 스릴러, 그리고 리벤지 스릴러의 정석을 밟아간다. 그 배경엔 지창욱이 서있다. 이미 충분히 흥행했던 원작의 주인공이었기에, 쉽사리 선택할 수 없던 이번 작품이었을 터다. 같은 캐릭터이기에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창욱은 과감하게 기존의 조각 위에 새로이 망치질을 가했다. 덕분에 박태중은 '조작된 도시'의 주인공 '권유'보다 더 애처롬고, 더욱 절박하게 자신의 가혹한 삶을 이겨내고 있다.

빌런에 도전한 도경수는 다소 아쉽다. 연기는 충분한데, 외적인 요소가 빌런의 위압과 거리가 있다. 그동안 쌓아왔던 똑바르고 모범적인 청년의 이미지가 방해가 되는 모양새다. 안요한이 상당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는 것도 페널티가 됐다. 그럼에도 기존의 빌런과 다른 분위기가 표현됐다는 것은 분명 도경수표 빌런의 매력이며,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FYTdhn

이제 '조각도시'가 남겨둔 에피소드는 단 두 편이다. 불안한 것은 누명 스릴러의 엔딩은 종 잡을 수 없다는 지점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더라도 주인공의 말로가 꼭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누명 스릴러 '오인'(누명 쓴 사나이)의 주인공 '매니'의 삶은 진실과 별개로 심하게 파괴됐다. 영화 '골든 슬럼버'의 경우 일본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작의 결말이 판이하게 달랐다. 현실성이 있어야 재미있을 장르이기에, 엔딩 역시 같은 결을 취하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

하여 '조각도시'의 엔딩 역시 방심할 수 없다. 태중의 고생을 아는 시청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해피엔딩을 바랄 것이다. 허나 태중의 삶이 예전처럼 행복해지기엔, 현실의 벽이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결국 '조각도시'의 세계는 허구의 산물, 영화나 드라마 같은 극적 결말이 있다해도 욕할 사람은 없다. 조각의 부서진 파편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모아 자신의 조각을 빚어내고 있는 태중의 남은 활약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계속 응원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구현(칼럼니스트) 
 https://naver.me/FeN6tliB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프라이메이트> 강심장 극한도전 시사회 초대 이벤트 53 01.08 35,223
공지 서버 작업 공지 1/11(일) 오전 1시 ~ 오전 1시 30분 [완료] 01.10 3,37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25,94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09,96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8,3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17,69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5,95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4,0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5,01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8686 기사/뉴스 션, 정혜영 쏙 빼닮은 미모의 막내딸 공개 "주위에서 배우시키라고 해" [전참시] 04:44 483
2958685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17편 04:44 17
2958684 이슈 무궁화에서 디자인 가져온 26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어웨이 유니폼 유출 19 04:24 758
2958683 이슈 모범택시 시즌3만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간략 소개글 13 04:20 634
2958682 유머 @: 헤이 그록, 사진 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지워줘 03:56 888
2958681 이슈 딴게 아니고 구글맵 리뷰 볼때마다 ㄹㅇ 일본=정신병 근본국 이란거 뼈저리게 실감함 16 03:41 2,090
2958680 이슈 후덕죽 셰프 리뷰하는 단군 3 03:31 2,187
2958679 이슈 우리나라에서 커피광고모델 제일 오래한 사람 8 03:30 1,722
2958678 이슈 최근 유행하는 모수 (안성재 레스토랑) 초대권 사기 6 03:26 1,557
2958677 기사/뉴스 ‘솔로지옥4’ 이시안, 위고비 부작용 “3일간 정신 나가” 21 03:20 2,411
2958676 이슈 사람마다 진짜 갈린다는 인생 밥상.jpg 202 03:13 7,754
2958675 기사/뉴스 개런티가 573억원…다큐인가 뇌물인가 1 03:06 2,119
2958674 이슈 올데프 애니 영서 게임보이 챌린지 2 03:03 627
2958673 이슈 갈수록 라이브 말도 안되는 골든 (Glowin’ Version) 18 02:59 1,543
2958672 이슈 간호사 태움 간접체험 할 수 있는 드라마 장면.jpg 26 02:54 3,922
2958671 이슈 앙탈챌린지 한 엔하이픈 표정ㅋㅋㅋㅋㅋ 5 02:42 805
2958670 이슈 애착 담요 가져와서 까부는 아기 호랑이 설호ㅋㅋ 18 02:40 2,769
2958669 유머 어제자 송어축제 근황.gif 43 02:36 4,710
2958668 이슈 서로 그룹 챌린지 품앗이 한 씨엔블루 정용화 - 에이핑크 정은지 5 02:35 439
2958667 이슈 오늘 저녁 5시 도라이버 해체쇼-퍼스널컬러 검사 예고 4 02:32 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