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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과 진입로가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피켓, 낙서 등으로 어지럽혀져 있다. /조선DB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로 캠퍼스 상당 부분이 스프레이 페인트(래커)로 뒤덮인 동덕여자대학교에서 학생 10명 중 4명꼴로 래커칠 제거에 찬성하지만 교비로만 충당하길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학교가 소통을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래커 시위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동덕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시설복구위원회 설문조사에 응답한 동덕여대 학생 725명 중 “95.2%가 래커칠 관련 미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시설복구위원회는 래커 제거 논의를 위해 학교와 학생 측 인사가 각각 4명씩 위원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래커칠 제거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미관상’ ‘학교 이미지 개선’ ‘26학번 신입생이 곧 입학하기 때문’이 순서대로 꼽혔다.
또 ‘교내 래커칠 시설 복구는 어느 시기에 시작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에는 85.5%의 학생이 다음 달까지 복구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지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시설 복구 비용은 설문에 참여한 학생 53.1%가 “교비(학교 예산)와 모금 중 하나로 충당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학교 예산과 모금을 같이 사용해 복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설문 참여자 42.1%는 “학교가 소통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교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교비 없이 학생 모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했다.
동덕여대 비대위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기와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학교와 논의하겠다”며 “시설 복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학내 사안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동덕여대 관계자는 “학생 측과 학교 측이 공감할 수 있는 복구 방안을 찾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곧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동덕여대 재학생들과 참석자들이 지난 3월 3일 오후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재단 규탄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의 학생 대상 고소 철회를 촉구하며 목화꽃이 그려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목화꽃은 동덕여대의 교화다. /뉴스1
앞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캠퍼스 전체를 점거하고 건물 외벽과 보도, 아스팔트 도로 등 전역에 스프레이 페인트(래커)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구호를 적는 ‘래커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할지 여부를 같은 달 12일 교무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 이미 소문만으로 이른바 래커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빨간색 페인트로 캠퍼스 곳곳에 구호를 적어 놓은 래커 시위에 따른 피해 복구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학교와 총학생회가 정면 충돌하기도 했다.
동덕여대 측은 이들의 점거 농성으로 인한 ‘건물 보수 및 청소’ 비용이 보수업체 추산에 따르면 약 20억~50억원이라며 총장 명의로 총학생회장 등 21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학생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설득이 이어지자 지난 5월 14일 재학생들에 대한 형사고소 취하서와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냈다. 하지만 경찰은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 혐의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이어갔다.
이에 경찰은 점거 농성 사건과 관련해 고소와 고발, 진정 등 총 75건을 접수해 38명을 입건했다. 폐쇄회로(CC)TV 등과 같은 자료가 있었던 22명은 업무방해, 퇴거 불응, 재물손괴 등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송치됐다. 경찰은 나머지 16명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