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혜·조빈·바다·정일우 기획사도 뒤늦게 등록
- 수개월~10년 넘게 무등록 1인·가족 기획사 운영
- 전속 계약맺은 소속사 있는데 1인 기획사 별도 설립
- 자택·타 기획사에 주소…실제 영업 여부 의심 사례도

필드뉴스 = 김면수·태기원 기자]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의무를 어긴 채 1인·가족 기획사를 세워 운용해 온 유명 연예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계도 방침 발표 이후에야 줄줄이 뒤늦게 등록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법적 절차를 밟지 않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서류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옥주현, 김완선, 성시경, 이하늬, 강동원, 송가인, 씨엘(CL), 설경구 등 다수의 연예인이 기획사를 설립하고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하지 않아 논란을 빚어 왔다. 이들 사례는 1인 또는 가족 기획사 형태의 미등록 관행이 업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법인이나 1인을 초과하는 사업자가 연예 매니지먼트 업무 등을 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반드시 등록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연예 기획사가 이 규정을 수년간 사실상 무시해 온 셈이다.
문체부는 연예인 미등록 기획사 문제가 공론화된 뒤인 지난 9월 18일 연말까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계도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계도 기간 안에 자진 등록하는 경우 처벌은 유예하되, 이후까지 등록을 마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선 법령에 따른 행정조사와 수사 의뢰 등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13일 필드뉴스가 문체부 발표 시점인 지난 9월 18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연예기획사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 넘게 미등록 상태로 운영하다 최근에야 등록을 끝낸 연예인 기획사가 다수 확인됐다. 전속 소속사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1인·가족 기획사를 운영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자택이나 다른 기획사와 동일한 주소를 사업장으로 올린 사례도 드러났다.
배우 송강호는 2023년 1월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영화 기획·제작·배급과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플랑세캉스’를 설립했다. 대표는 송강호, 사내이사는 아내 황장숙 씨다. 이 법인은 설립 후 2년 10개월 가까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없이 운영되다가, 이달 3일 강남구청에 뒤늦게 등록했다.
배우 최수종이 2008년 설립한 ‘에스앤에이치이엔티’도 지난달 17일에야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마쳤다. 이 법인은 최수종이 ‘점장’으로 알려진 올리브영 강남구청역점의 운영사이며, 아내 하희라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법인 등기부상 설립 당시부터 연예인 매니지먼트, 방송용 프로그램 및 영화·드라마·영상물·음반 기획·제작·판매·배급업이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었고, 2011년에는 건강·미용 관련 상품 도소매와 체인형 편의점 사업까지 추가됐다. 다목적 법인으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 목적이 명시돼 있음에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최근에서야 이뤄진 것이다.
코미디언 남희석이 지난해 1월 19일 세운 ‘보령기획’도 마찬가지다. 설립 이후 한동안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운영되다가, 연예인 미등록 기획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뒤인 지난 6일 등록 절차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배우 송윤아는 2023년 2월 서울 강남에 ‘스노우볼에이치’를 설립했지만, 설립 당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가 지난달 27일에서야 등록을 마쳤다.
가수 겸 배우 이지혜가 2019년 2월 22일 설립한 ‘주식회사 미녀배우’는 6년 넘게 미등록 상태로 운영돼 오다가 지난 9월 23일에야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끝냈다.
그룹 노라조의 조빈(본명 조현준) 씨가 대표인 ‘주식회사 노라조’는 2022년 8월 경기 하남에 설립됐지만,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논란 직후인 지난 9월 19일에야 이뤄졌다.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의 1인 기획사 ‘웨이브나인’(2018년 8월 13일 설립) 역시 7년 넘게 미등록 상태였다가 지난 9월 23일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을 마쳤다.
배우 정일우가 대표로 있는 ‘제이원 인터내셔널 컴퍼니’는 지난해 11월 설립 후 11개월 동안 미등록 상태로 있다가 지난달 13일이 돼서야 등록을 완료했다.
이 밖에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미등록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온 배우 설경구의 액터스99, 가수 옥주현의 타이틀롤, 배우 이하늬의 호프프로젝트 등도 모두 9월 하순부터 10월 사이 잇따라 등록을 마쳤다. 미등록 사실이 보도된 뒤에야 일제히 법적 의무를 이행한 셈이다.
◇ 전속 소속사 별도로 1인 기획사 운영...남희석의 보령기획, 주거지에 법인 등록
이번 계도 기간 등록 과정에서 그동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1인·가족 기획사도 다수 드러났다. 특히 일부 연예인은 전속 소속사가 따로 있음에도, 본인 명의의 1인·가족 기획사를 별도로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돼 설립 목적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배우 송강호와 최수종은 각각 갤럭시코퍼레이션, 웰메이드홀딩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있고, 배우 송윤아는 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이지혜는 티엔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각자 대표인 별도 기획사를 설립·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송강호 측은 이에 대해 “플랑세캉스는 영화 제작과 작가·감독을 양성하는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라며 “배우 매니지먼트는 이전에는 서브라임, 현재는 갤럭시코퍼레이션이 맡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영화 제작사 운영자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면 관련 등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번에 등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법인 주소를 자택이나 제 3의 기획사와 동일한 곳으로 등록해, 실제 영업 활동이 이뤄지는지 의심을 낳는 사례도 있었다.
남희석이 세운 보령기획은 본인이 거주하는 서울 양천구 아파트를 법인 주소로 두고 있었다.
남희석 측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미등록 사실을 인지한 후 최대한 빠르게 등록을 완료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주거지에 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선 “법인이 세워질 당시 법무사가 문제가 없다고 해 설립했지만, 현재 양천구청 권고에 따라 다른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송윤아가 설립한 스노우볼에이치 역시 전속 계약을 맺은 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남편 설경구 씨가 대표로 있는 액터스99와 동일한 주소에 사업장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이번 계도 조치로 상당수 1인·가족 기획사가 뒤늦게나마 등록 명부에 오른 것은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수년간의 불법 상태가 행정 감시망을 비켜 온 점을 문제로 꼽는다.
장기간 미등록 관행을 사실상 방치한 당국의 관리 부실과 업계 전반의 안이한 인식을 함께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출처 : 필드뉴스(http://www.field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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