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퍼 베컴의 등판
최근 북미와 유럽 뷰티 업계의 관심을 모은 이는 데이비드 베컴의 막내딸 하퍼 베컴이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올해 14세가 된 하퍼는 올여름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 ‘히쿠’(HIKU BY Harper)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로고와 콘셉트 촬영까지 마친 상태로, 출시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퍼는 전 세계 10대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그동안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신만의 일상은 물론 메이크업 루틴을 꾸준히 공개해 왔다. 유난히 하얗고 통통한 볼살을 가진 하퍼는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화장으로 풋풋한 매력을 발산해 왔다.
과도하지 않고 또래 소비자들이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터라 팬층도 두텁다. 데일리메일은 “히쿠는 하퍼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프로젝트”라며 “어린 나이에도 주도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퍼가 선보일 화장품 브랜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K-뷰티다. 하퍼는 히쿠를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뷰티 브랜드’로 소개했다.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순한 성분과 안정성,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글래스 스킨’으로 대표되는 피부 표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퍼 역시 K-뷰티만의 요소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브랜드명 히쿠는 한국어가 아닌 ‘끌어당기다’ ‘매혹하다’는 뜻의 일본어 ‘引く’다. 동시에 하와이어로 ‘7’을 의미하기도 한다. 숫자 7은 데이비드 베컴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달았던 등번호이자 하퍼의 미들네임 ‘세븐’과도 연결된다. 브랜드에 가족 정체성과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녹여낸 셈이다.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하퍼가 카일리 제너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거느린 최연소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14세 소녀가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는 우려가 양분한다. 일부에서는 K-뷰티를 추구한다면서 일본어로 브랜드 네이밍을 결정한 것을 두고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화장품 사업을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는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셀럽 기반 뷰티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인플루언서인 헤일리 비버가 그렇다.
헤일리는 2022년 뷰티 브랜드 ‘로드’를 창업해 10억달러(약 1조4205억원)에 매각하면서 돈방석에 올랐다. 하퍼의 경우 가족 구성원의 SNS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헤일리 못지않은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각별한 관리도 받는다. 하퍼의 어머니 빅토리아 베컴은 지난해 10월 이사로 재직 중인 ‘H7B 리미티드’를 통해 영국 지식재산권청에 히쿠의 상표와 로고를 출원했다. 화장품(3류)뿐 아니라 주얼리·가방·의류까지 출원 범위를 넓혔다. 향후 뷰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 둔 것으로 분석된다.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60321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