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장에서 카스의 위치는 더욱 압도적이다. 2025년 1분기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카스 프레시는 48%의 점유율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24년 연간 기준으로는 46.2%의 점유율로 13년 연속 1위를 유지했고, 2분기에는 48.8%로 더욱 올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카스 브랜드군 자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칼로리 맥주인 '카스 라이트'가 2025년 1분기 전체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으며, 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55%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한 성과다.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 브랜드 TOP 3 중 1위와 3위가 모두 카스 브랜드라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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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 '테라'는 2019년 3월 '청정라거'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출시되었다. 당시 출시 39일 만에 최단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고, 6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억 병을 넘어섰다. 이는 당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오비맥주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제품이었다.
테라의 점유율도 초기에는 눈부셨다. 2019년 출시 당시 8.2%였던 점유율이 2023년에는 12.9%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4년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테라의 점유율은 10%로 하락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10% 남짓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테라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회의다. 하이트진로도 이를 인식했는지, 2025년 테라 출시 6주년을 맞아 'Jump Up 2025!' 캠페인을 전개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브랜드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출시 이후 처음으로 브랜드 모델을 교체하고, 신규 광고물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또한 테라 라이트를 비롯해 시장 세분화 전략으로 채널별 신규 상품(SKU)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야구장 마케팅, 전주가맥축제, 홍천강 별빛음악축제 등 지역 축제와의 연계 프로모션도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라가 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두 브랜드 간 점유율 격차가 30% 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캘리의 자기 잠식 현상
2023년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14년 만에 야심 차게 출시한 신제품 '캘리'다. 투명한 병을 사용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캘리는 초기 화제성이 뛰어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3억 6천만 병이 팔렸고, 출시 99일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당시 많은 산업 전문가들은 캘리가 테라와 함께 투 트랙 전략으로 오비맥주에 정면 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었다. 캘리는 카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지 못했다. 대신 같은 회사 제품인 테라의 수요만 잠식했다. 2023년 1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이 약 27%였을 때, 캘리 출시 이후 제조사 점유율 증가 폭은 불과 1~2% 수준에 그쳤다. 테라의 점유율 하락분을 캘리가 대체한 것이다.
이는 마케팅 업계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현상으로 불리는데,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빼앗기만 하고 전체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캘리는 2024년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4.9%로 하락했고, 2025년에도 4~5%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오비맥주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캘리 출시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 2023년 3분기 누적 광고선전비가 19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급증했던 것으로 보아,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던 실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하이트진로 경영진에게 큰 숙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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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효율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오비맥주는 광고 선전비 지출액 대비 11~15배수의 매출 전환율을 보이는 반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은 6~7배수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충성 고객층 확보로 인한 습관적 구매 경향의 차이 때문이다.
카스는 10년 이상 국민맥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적은 광고 투자로도 높은 판매 효율을 달성한다. 하지만 테라는 아무리 광고비를 크게 집행해도 매출 상승으로 연동되는 배율이 낮다. 캘리 론칭 시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했음에도 점유율 상승은 1~2% 수준에 그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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