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부산영화제 화제작이었던 윤종빈 감독(군도)의 중앙대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제작진들이 캐스팅
2006년 여름 미국에서 7주간 촬영
2007년 여름 개봉 (드라마 히트 이후)
예고편
두 번째 사랑 Never Forever 2007
감독 김진아
출연 베라 파미가, 하정우, 데이비드 맥기니스
제작 나우필름(한국), VOX3 필름 (미국)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
지하(하정우), 힘겨운 노동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한국에 있는 애인을 데려와야 한다는 희망으로 버티는 남자. 불법체류자인 그에겐 불임센터에서 자신의 건강한 정자를 파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 불임센터에 다녀온 며칠 후, 한 백인여자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고 지하는 그녀로부터 위험하고 아찔한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는데…
소피(베라 파미가),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인 남편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여자. 하지만 아이가 없는 소피의 결혼은 흔들리기 시작한 지 오래이다. 임신을 위해 다른 인공수정을 결심한 소피는 불임센터에서 남편을 꼭 닮은 한국인 청년 지하를 만나게 되고, 끌리듯 그를 쫓는다. 며칠 후 그녀는 마침내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는데...
지하 & 소피 한번에 300달러 임신을 하면 3만 달러를 주겠다는 소피의 제안을, 지하는 받아들인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육체의 접촉이 끝나면 소피는 조용히 값을 치른 후 떠나고, 지하는 그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만 했던 소피가 지하 앞에서 슬픔의 울분을 토해내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게 되고, 그들은 거래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섣불리 속내를 밝히지 못한다.
얼마 후, 임신소식을 알리고 머뭇머뭇 뒤돌아서는 소피에게 그저 축하한다는 말 이외에는 하지 못하는 지하. 이들의 사랑은 시작될 수 있을까..?
-<두번째 사랑>을 찍고 나서 개인적으로 리액션의 재발견이었다고 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작자인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가 베라 파미가의 연기를 치하했더니 “난 하정우의 연기에 리액션했을 뿐이다”라고 했답니다.
=멋진 칭찬인데요. 제가 주눅들까봐 베라가 과하게 칭찬해주곤 했어요. 리액션을 재발견했다고 말한 건, 1차적 언어 소통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반응했기 때문이에요.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썼기 때문에 상대 배우가 대화를 변형시켜 애드리브를 던지면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대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몇번 해보니 어떤 변주가 돌아올지 대략 알겠더라고요. 그런 점은 좀 예민해요. 배우끼리 교감은 한국과 다를 게 없었어요. 눈이 멀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듯, 상대의 신호를 캐치하려고 다른 감이 막 발달하는 거예요.
-외국어를 말해야 할 경우 평소보다 어조가 높아진다거나 성격이 약간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잖아요. 연기의 도구로서 다른 언어를 쓴다는 건 어떻던가요?
=부담 갖지 않으려고 했어요. 셰익스피어 연극을 할 때도 대사가 무슨 뜻인지 몰랐거든요. (웃음) 연극 대사 외우듯 영어를 받아들였어요. 셰익스피어 극에서 어려운 말에 감정을 싣는 훈련을 경험했기에 영어에 감정 싣는 게 무리는 아니었어요. 연극 대사를 익힐 때는 자다가 깨워 “일곱째 줄부터 해!” 하면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외우거든요. 대사를 뒤죽박죽해도 그 말만 갖고 울 수 있을 만큼요. 하루에 만 번씩 읽으면 그러지 말라고 해도 감정이 실려요. 그러면서 연기의 세부를 잡아나가고 현장에 가서 상대 배우의 액션에 반응하는 거죠.
-무엇보다 <두번째 사랑>은 하정우라는 배우의 육체성이 강렬히 드러난 영화입니다. 일용노동자인 지하(하정우)는 티셔츠를 땀으로 적시며 살아가는 인물이었고 베드신도 워낙 많았죠. 다른 출연작을 봐도 주먹다짐 장면이 잦아요. 베드신이나 싸움장면처럼 대사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를 어떻게 계획하는 지 궁금합니다.
=카페에 편히 앉거나 가만히 서서 대화하는 영화가 별로 없었죠. (웃음) <두번째 사랑>의 베드신의 흐름을 보면 지하가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적극성을 띠는 전환점이 있어요. 일단 섹스신마다 한 단어를 큰 주제로 잡았어요. 예컨대 처음 대리부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은 직후 섹스는 뻘쭘함이 컨셉이고, 두 번째 섹스에서는 왜 그녀가 이런 제안을 했을까에 대한 궁금함이 주된 감정이죠. 그 다음은 동작의 템포, 그리고 체위였어요. 제 연기 계획보다 김진아 감독이 짠 콘티를 포함해 논해야 하는 부분이죠. 첫 섹스가 CCTV에 찍힌 베드신 같은 느낌이라면 두 번째는 카메라가 두 남녀 사이로 좀더 들어가고 다음은 점점 눈에 가까이, 숨소리에 가까이 다가서요.
-영화에서처럼 잠든 여자에게 사랑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잠든 여자친구 옆에서 술을 마시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말한 적이 있어요. 그녀가 깨서 “너 지금 뭐하는 거니?” 묻더군요. (웃음)
-촬영을 마친 한·일 합작영화 <보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각색한 와타나베 아야가 썼더라고요?
=원작을 썼죠. 와타나베 아야의 집이 니가타현인데 해류 때문에 바닷가에 흘러오는 한국의 쓰레기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래요. 저는 밀수를 하는 형구라는 인물이고요. 쓰마부키 사토시가 한국어로 대사를 하면서 출연해요. 일본영화는 친절하게 드라마가 흘러가는 것이 특징인데 <내 청춘에 고함>을 찍었던 김영남 감독의 연출과 만나니까 카메라가 한 발짝 떨어져서 이야기를 담아내더라고요. 결과가 궁금해요. <국가대표> 다음 작품인 <패럴렐 라이프>는 조연으로 5회차 정도 촬영할 것이고 다음은 <삼거리극장>을 찍었던 전계수 감독님과 <러브 픽션>이라는 엽기적 로맨틱코미디를 할 거예요.
-지금 촬영 중인 <국가대표>를 통해 하정우씨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를 하면서 건강해질 것 같았어요. 학교 다닐 때 본 김용화 감독님의 단편 <자반고등어>를 기억하는데 전작 <미녀는 괴로워>와 <오! 브라더스>도 재미있게 보고 감각적인 연출자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주연한 출연작은 거의 청소년 관람불가였고 <멋진 하루> <슈퍼스타 감사용> <마들렌> 정도가 15세 관람가인데 <국가대표>는 지방 관객도 많이 보고 나를 영화배우로 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연기를 굳이 말하자면 <히트>의 김 검사 느낌에 가까울 듯하고 <핸콕>의 윌 스미스, <제리 맥과이어>의 톰 크루즈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수영, 피아노, 스키, 외국어, 그림 등 많은 기능을 배웠다고 알아요. 일찍 결심한 만큼 연기에 도움되리라는 생각도 했을 테고요. 어찌 보면 경영자의 마인드로 배우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는 인상이네요.
=많은 걸 갖고 싶었나봐요. 하지만 어려서는 뛰어놀고 운동만 했어요. 피아노는 2002년부터, 발레는 2003년부터 배웠죠. 돌이켜보면 배우로서 준비과정이 탄탄했던 것 같지만, 당시에는 그때 하고 싶은 일을 즉각 했을 뿐이에요. 시행착오나 상처도 다 연기의 자양분이 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열어놓고 살고 싶어요. 사람도 진실하고 솔직하게 대해서 아니면 그때 안 만나면 되죠. 다 맛을 보고 싶어요. 저도 게으를 때가 있어요. 영화가 요구하는 만큼 근육을 못 만들기도 했고요. 언젠가는 한번 멋지게 살이 쪄서 목이 두껍고 숨차서 씩씩거리는 조폭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마이클 매드슨처럼.
-단편영화 연출도 해보셨죠?
=네 친구가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사람을 때렸는데 죽어버린 거예요. 네명이 다 도망을 쳐서 수사망이 좁혀지는데 네 사람의 숨겨진 면모가 그때부터 드러나요. 2004년에 만든 40분짜리 중편인데 후반작업을 못했어요.
-독립영화를 제작할 요량으로 10년짜리 적립식 펀드도 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금융 위기에도 유지하고 있나요?
=도리어 돈을 더 넣고 있어요. (웃음) 장기적으로 보니까요. 기본적으로 되도록 다작을 해서 친숙하게 느껴지고 싶어요. 드라마도 할 생각이고 기왕이면 트렌디한 작품보다 시대극 시리즈 같은 국민드라마를 해서 아예 안방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조용히 열심히 일하다가 40대 초반쯤 영향력을 가지면 좋겠어요. 제가 좌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심점이 되어 한국영화의 한축을 이루고 싶어요. 김기덕, 홍상수, 이윤기 감독님이 저예산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 듯 투자를 못 받더라도 내 돈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고도 싶어요. 제가 알 파치노 컬렉션을 하듯 내 영화를 꾸준히 보고 DVD를 소장하는 팬들이 생기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하정우씨 커리어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의 중요한 배우로 부상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유망주로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는 점인데요.
=마케팅의 힘이 아닐까요. 올해 칸에 갔을 때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인사를 했는데 출품을 받아 검토한 한국영화가 <비스티 보이즈> <추격자> <멋진 하루>였고, 지난해에는 <숨> <두번째 사랑>이어서 한국영화는 너만 나오냐고 웃긴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