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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가 키운 사과는 여느 사과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 얼굴이 새겨진 ‘문자사과’를 키워냈다. 사과 중엔 첨성대, APEC 등이 새겨진 문자사과도 있다. 행사장 주변 ‘K-푸드 스테이션’에서 선보여 화제가 된 바로 그 사과다.
2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지어온 박씨에게도 ‘문자사과’를 만드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약 6300㎡ 규모의 과수원에서 ‘양광’과 ‘감홍’ 품종을 따로 관리했다.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5월 사과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시작으로 9월초 봉지를 벗긴 뒤 검정 문자 스티커를 붙였다. 약 한 달간 착색 과정을 거치는데, “비바람이 불면 스티커는 속절없이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박씨는 “스티커로 가려진 부분은 붉게 익지 않아 문자가 남는 원리다. 그렇다 보니 스티커가 떨어지면 재빨리 다시 붙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매일 아침, 오후마다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할 정도 였다”고 말했다.
잦아진 이상기후도 애를 먹였다. 경북지역은 올해 3월 말~4월 초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봄철 저온 현상이 일어났다. 7월부터는 이상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사과가 커지는 시기를 놓쳤다. 일교차도 크지 않아 색깔까지 고르게 입혀지기 힘든 기후였다.
박씨는 “가을장마까지 오면서 배수가 안 돼 낙과가 많이 생겼다”며 “2500개에 스티커를 붙이고 세심하게 생육환경을 조성했지만 납품된 건 900개 정도다. 절반도 못 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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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국제행사에 일개 농부인 내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자부심이 든다”며 “대통령이 먹든, 동네 사람이 먹든 늘 정성을 다해 국민 밥상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