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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자금분담 회피 막는다지만
행사해도 원금 챙겨 나갈 수 있어
SH이사회도 “실효성 있는지 의문”

한강버스. 서울시 제공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한강버스에 무담보로 875억 원을 빌려준 사실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공동출자자인 이크루즈의 자금 분담 회피를 막기 위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조항이 실질적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에스에이치 이사회에서도 “효력 있는 페널티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제412회(2025년 4월 23일) 이사회 회의록과 에스에이치-이크루즈 간 출자자 협약서(2024년 7월 9일 체결)를 보면, 에스에이치와 이크루즈는 각각 51억원과 49억원을 한강버스에 출자해 총 200만주를 발행했다. 주당 액면가액은 5천원이며, 에스에이치는 보통주 102만주를, 이크루즈는 보통주 48만주와 의결권이 없는 제1종 종류주 50만주를 인수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협약서 제11조 2항의 콜옵션 조항이다. 협약서에 명시된 콜옵션 행사 요건은 △회사(한강버스) 설립 후 12·24·36개월이 경과한 시점 △한강버스의 부채비율이 자기자본 대비 530%를 초과할 것 △한강버스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이 31억원 미만일 것 △유상증자 결의 이후 이크루즈가 자본금 납입을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거나 하지 못할 때 등이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콜옵션이 발동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를 “이크루즈가 자본금 납입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콜옵션이 실질적인 페널티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행사 조건이 까다롭고 매수금액도 주당 5천원(액면가)으로 정해져 있어 경영이 악화되더라도 이크루즈는 사실상 원금을 회수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정재웅 팀장은 “통상 콜옵션은 주식 가치가 상승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조항으로 작용하지만, 이번 협약은 주식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행사가의 의미가 없다”며 “페널티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보면, 방만하게 경영했을 때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에스에이치가 콜옵션을 행사해 이크루즈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엔 되레 배임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 역시 “경영상황이 악화한 상태에서 액면가로 매수할 수 있게 돼 있어, 이크루즈는 손실 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에스에이치 이사회에서도 지적됐다. 지난 4월 한강버스에 단기대여금 110억원 추가 투입을 의결한 회의에서 한 이사는 “(이크루즈가) 대여금 분담 주체에서 빠진 이후 일부 의결권이 상실됐고, 콜옵션 등 페널티를 받았지만 효력이 있는 페널티인지 의문”이라며 “이크루즈가 당초와 같은 구조로 수익을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콜옵션 외에도 실질적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며 “이익 배당 제한 등 출자자 협약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선 이크루즈의 자금책임 분담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이크루즈는 출자금 49억원 외에 추가 투자금이 없으며, 에스에이치가 투입한 금액은 출자금 51억원 외에도 장기대여금 270억원, 단기대여금 605억원 등 총 92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선착장 설치비 등 약 200억원을 별도로 지원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에스에이치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사업 기획부터 조달, 운영, 리스크 관리까지 사실상 단독으로 책임지는 구조인데, 이크루즈는 출자 외 별다른 재정 기여나 리스크 분담이 없다”며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 간 공정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에스에이치가 한강버스 운영사에 무담보로 876억원을 대여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서울시는 김병민 정무부시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한강버스 지분 51%를 보유한 에스에이치의 876억원 대여는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결정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