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109934?sid=001
17년간 대출금 934억 중 774억 미상환…재단 자산은 개성공단에 묶여
통일부 "공단 재가동 후 점진적 상환" 방침에도 '재정 리스크' 우려 고조
안철수 "개성재단 재설립·공단 재가동, 급진적으로 추진할 경우 뒤탈 우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8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지난해 3월 해산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을 다시 설립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기존 개성재단 운영을 위해 정부가 지난 17년간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아온 금액이 9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금액 중 이자를 제외하고도 약 774억원이 여전히 미상환 상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부는 최근 개성재단 재설립과 관련한 실무 준비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남북협력기금법에 근거한 시행령과 통일부 고시를 새롭게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남북교류협력추진위의 심의·의결을 거칠 계획이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의 면담에서 "20년 전 개성공단의 꿈은 한때 좌절을 겪었지만, 그 꿈을 되살려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시 걸음을 시작했으면 한다"며 재가동 추진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개성공단이 멈춘 사이 개성재단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개성재단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 지원을 위해 2007년 출범한 재단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지난해 3월 해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개성재단의 운영 경비 마련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17년간 남북협력기금 명목으로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934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개성재단은 청산법인으로 전환돼 채권 추심 및 채무 변제 등 청산 사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통일부는 개성재단 해산 후 추가 상환한 10억원을 포함해 총 159억원만 우선 상환한 상태다. 미상환 대출금은 약 774억원에 달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의지를 밝힌 통일부도 개성재단의 대출금 문제를 두고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통일부는 재정당국과 협의를 통해 지난 1월 기금 차입금 상환조건을 '대출 원리금에 대해 이자율 0% 적용' 내용으로 변경하고, 재단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재원 10억원을 활용해 일부 빚을 갚은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수출입은행에 대한 빚은 규모가 커서 올해 재단 자체 재원 10억원을 투입해 일부만 상환했다"며 "이제 재단에 남아있는 현금은 '제로'(0원)"라고 밝혔다.
결국 대출 상환을 해결할 방법은 재단이 소유한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이 꼽힌다. 하지만 현재 재단의 주요 자산이 북한 개성공단에 묶여 있어 평가액 산정과 현금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재단의 개성공단 내 보유 자산(장부 기준 1257억원)의 매각을 통한 차입금 전액 상환은 현재 공단 중단 상황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단이 재가동된다면 그나마 재단에 수입이 발생해서 빚을 점진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누적된 채무 검토와 경영 정상화 방안 없이 대북 지원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재정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에 "최근 이재명 정부가 굴종적이고 불균형적인 대북관을 보이며 감성적이고 낭만적 태도로 북한에 유화책을 쓰고 있는데, 그 결과가 무엇인가. 김정은은 '핵무장 확대'까지 공언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도 정부 재정이 걸린 주요 사업인 만큼 구체적 로드맵을 통해 손익을 따지며 개성재단 재설립 여부 등을 점진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급진적으로 추진할 경우 뒤탈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