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동기이론에서는 내재적 동기를 가장 바람직한 동기로 여겨왔다. 강한 내재 동기를 가진 사람은 더 높은 몰입, 더 오래 지속되는 행동, 더 깊은 창의성을 발휘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Ryan & Deci(2000)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자율성, 역량,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될 때 내재적 동기가 강화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동기 연구들은 이 통념에 의문을 던진다.
내재적 동기라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즐거움만으로도 몰입이 가능할까?”
기존의 결과가 뒤집히다: 즐거움 자체의 문제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다니엘 베넷(Daniel Bennett) 박사 등은 디지털 경험 사용자들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한 가지 유형을 발견했다. 활동은 분명 즐거운데 의미도 없고, 만족도도 낮은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Hedonic Amotivation, 즉 쾌락적 무동기라 명명했다. Bennett의 연구는 즐거움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쾌락적 무동기(Hedonic Amotivation): 즐거움 뒤의 허무
즉각적인 즐거움은 활동의 가치, 목적, 정체성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 피로와 자기효능감의 저하를 남긴다. 즐거움만 강조한 조직 프로그램의 설계는 분명 한계가 있다. 재미있기만 하면 몰입도는 높을 것이라는 생각은 허상이다. 그렇다면, 왜 즐거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즐거움은 즉각적 보상일 뿐이다. 도파민 시스템은 지금 이 순간의 쾌락을 강화하지만, 의미와 연결되지 않으면 장기적 동기화(internalisation)로 이어지지 못한다.
자율성 결여가 문제다. 재미있긴 하지만 사용자가 “내가 이걸 선택했다”는 감각이 없을 때, 즐거움은 금세 의무감이나 피로로 바뀐다.
정체성 불일치가 공허함을 만든다. 활동이 자신의 가치나 목표와 연결되지 않으면, 즐거움조차 “나답지 않다”는 반발심을 남긴다.
즐거움은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훌륭한 출발점이지만, “왜 이것이 내게 중요하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몰입은 지속되지 못한다. 재미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무엇이 필요한가?
1. 즐거움 + 의미
도파민 기반의 즉각적 즐거움은 내재성이 강하지 않고, 장기 몰입이나 의미 통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을 의미와 연결하려 한다. 따라서 즉각적 피드백 외에도 “당신의 가치·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2. 자율성 욕구 충족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이 없다면 즐거움은 곧 의무감으로 전환된다. 더 많은 선택권과 통제감을 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3. 성장과 정체성 연결
과제에 성장, 성취 요소가 부재하면 무기력·무동기로 이동한다. 단순한 반복 대신, 점진적 도전과 자아 확장 기제(self-expansion)가 포함되어야 한다.
https://ppss.kr/archives/270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