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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께 일부 통일교 교인들에게 배부됐다는 국민의힘 입당 원서. 독자 제공.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선물용’ 금품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건네 구속기소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간부가 자신의 다이어리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역사적인 날”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 독대 자리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보고, 통일교 쪽이 건넨 금품의 대가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검팀은 ‘통일교 2인자’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수첩에서 2022년 3월22일 “역사적인 날”, “대박”이라고 적은 내용을 확인했다. 윤 전 본부장은 또 특검 조사에서 “이날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통일교 건물에서 만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등 통일교 현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13일 한-캄보디아 경제협력기금 차관 지원 한도를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같은 해 11월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동남아 순방길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만남을 권 의원이 주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22일 오전 10시께 권 의원을 만난 뒤 오후 2시 이후에 윤 전 대통령과 만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 측근들은 “윤 전 본부장이 그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들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가 확보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수첩.
권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본부장의 만남을 주선한 시점은 통일교 쪽의 금품이 전달된 이후로 보인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 전 본부장에게서 1억원, 같은 해 2∼3월 대선 전후에 한학자 총재에게 큰절을 한 뒤 금품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두차례 받아 간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이 통일교 쪽에서 권 의원에게 건너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금품의 반대급부로 ‘윤석열 통일교 민원 독대’가 성사됐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권 의원은 “통일교 표가 300만이나 된다”며 2022년 2월 통일교 산하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도 주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을 통해선 윤 전 대통령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서는 김건희 여사에게 선을 대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적극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이 금품을 받은 대가로, 당선자 신분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일교 쪽의 만남을 주선했다면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사실상 공무원 임용(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사람에게 특정 현안을 청탁했다면 사전수뢰죄가 가능하다. 독대에서 어떠한 얘기가 오갔는지, 실제 대가성이 입증이 됐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권 의원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권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