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주문 낭독' 문형배 재판관…'버스'타는 소탈한 일상 화제
2019년, 인사청문회서 재산 4억원 화제
누리꾼 "전 헌법재판관 소탈한 모습 훈훈"

/사진=뉴스1·온라인커뮤니티
퇴임 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이 부산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형배 재판관님, 버스 타고 다니시네요"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 확산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글쓴이 A씨는 전날 부산 모처 버스정류장에서 문 전 대행을 목격했다며 2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버스 하차문 유리창 너머로 문 전 대행이 정류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헌법재판관까지 지낸 분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은 훈훈하다"며 소탈한 행보에 감탄했다.
대중이 문 전 대행의 얼굴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4일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선고했을 때, 재판관 8명을 대표해 주문을 낭독한 인물이 바로 문 전 대행이었다.
그는 22분간 선고 요지를 낭독한 뒤 정면을 응시하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단호히 말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문 전 대행은 청렴한 재산 규모와 도덕적 신념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나왔을 당시, 그의 신고 재산은 약 6억7000만원이었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년간 법관 생활을 했는데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묻자, 문 전 대행은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순수 제 재산은 4억 원이 채 안 된다. 평균 재산을 조금 넘은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평균인의 삶을 지향하는 판사'라는 별칭을 낳으며 화제가 됐다.
그는 또 "공직 생활이 끝난 뒤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도덕적 원칙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헌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그의 재산은 15억여 원으로, 여전히 다른 재판관들과 비교해 소박한 수준이다.
경남 하동 출신인 문 전 대행은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부산·창원 등에서 꾸준히 법관 생활을 이어왔다.
재판에서도 인간적인 판결로 화제를 모았다. 과거 자살 시도 후 방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건넨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퇴임 후에는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블로그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에 올린 글들을 모은 책 '호의에 대하여'를 출간한다.
기사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173006?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