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62142?sid=001
“힘없으면 함부로 제재해도 된다는 게 국회의 교육 철학입니까? 20년 전에는 머리 길렀다고, 슬리퍼 신었다고 문제아 취급을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진 것으로 문제아가 되는 세상입니다.”
청소년·인권운동 단체들의 연대체인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청시행)이 20일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시행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며, 법률로 확정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과도한 인권 침해를 조장할 것”이라며 재논의를 요구했다.
지난 7월8일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합의를 마친 개정안은 오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내용은 학생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학칙으로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소지를 제한한다. 다만, 교육 목적이나 긴급한 상황 대응, 장애·특수교육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 등은 허용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폰 수거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마련됐다. 교육위는 인권위 판단을 고려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반영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약 300건에 대해 인권 침해라 판단해왔으나 지난해 결정을 통해 10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청시행은 “학생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일괄적으로 ‘해로운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학생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민적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률에 ‘금지’가 명시되는 순간 스마트기기 사용은 ‘위법 행위’로 낙인 찍혀 징계와 규칙 적용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도현 학생(진보당 청소년특별위원장)은 “최근 국회 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한 의원에게 회의 집중을 이유로 휴대폰을 뺏는다면 어떤 기분이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개정안 관련 교원단체의 의견은 갈리는 상황이다. 장세린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교육 활동 중에만 제한하는 것을 무조건적인 통제라기 보기는 어렵고, 시대에 발맞춘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생 인권 침해와 학습권·교육권 보장을 놓고 교사들의 의견이 갈려 어느 한쪽의 입장을 내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법안 내용을 보면 실제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때 기준이나 방법 등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미 지금도 학칙으로 정하고 있어 법적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모든 학교가 법에 준해서 학칙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현장 혼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