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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살인 사건 3건 중 1건은 배우자나 애인, 또는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023년 291건에서 지난해 276건으로 줄었다. 전체적인 살인 사건 숫자는 줄었지만 같은 기간 배우자·애인 등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84건에서 91건으로 늘었다. 전체 살인 사건에서 연인 관계 사건 비중도 28.9%에서 33%로 확대됐다. 반면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지난해 27건에 그쳤다. 강력범죄의 대표 유형인 살인 범죄가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우보다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비극이 3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살인 범죄뿐 아니라 다른 강력범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살인미수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인 관계였던 비율이 약 23%에 달했다. 강간(22%), 방화(16%) 등 주요 강력범죄에서도 상당수가 사건 당시 배우자·애인이었거나 헤어진 관계에서 발생했다. 체포·감금(31%), 협박(24%)과 같은 폭력 범죄에서도 친밀한 관계가 범행 배경으로 작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관계성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은 112 신고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전체 범죄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행패·소란과 시비 신고는 각각 9%, 2% 줄었다. 반면 가정폭력은 3% 늘고 교제폭력은 15% 증가했다. 특히 교제폭력 신고는 2019년 5만581건에서 지난해 8만8394건으로 최근 5년 새 75% 급증했다.
폐쇄회로(CC)TV 확대 등으로 인해 길거리·식당 등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나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배우자나 애인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범죄는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의 배경으로 남녀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개인주의 성향 강화 등을 꼽는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인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이들이 늘어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관계성 범죄 위험도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개인주의 성향이 심화하면서 대인 관계를 통제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게 되거나 자신이 소외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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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살인 3건 중 1건은…배우자나 연인이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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