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lawtalknews.co.kr/article/PYOPW1IZRUJ7
시험 감독 중 엎드린 제자 손 만지고, 복도에선 허리 감싸
법원 "친밀감 아닌 명백한 추행"
"살림하는 여자 손 같다. 며느리 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 음악교실, 교사 A씨(남, 56세)는 노래를 고르던 제자 C양(여, 15세)의 손을 갑자기 잡아당겨 주무르며 이렇게 말했다.
시험 시간에 엎드려 있던 또 다른 제자 B양(여, 15세)에게는 "골프 치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있냐"며 다가가 양손을 주물렀고, 체육대회 때는 복도에서 사진을 찍자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교사가 제자들을 상대로 벌인 엽기적인 성추행 행각. A씨는 법정에서 "친밀감의 표현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교단에서 제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철퇴를 내렸다.
'친밀감'인가, '추행'인가…법원의 판단은
A씨 측은 법정에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으며, 설령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친밀감이나 격려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제14형사부(재판장 고권홍)는 피해 학생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A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의 행위들은 매번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피해자들과의 의사소통이나 교감 과정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피해 학생들의 담임교사도 아니었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허용할 만큼 친밀한 관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불쾌감 내지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행 행위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며느리 삼고 싶다'는 식의 발언과 함께 손을 주무르는 행위, 갑자기 허리를 감싸 안는 행위 등은 격려가 아닌, 15세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명백한 성희롱이자 강제추행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법원이 본 '권력형 성범죄'의 특성
재판부는 피해 학생들이 왜 즉각적으로 저항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살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신체적으로 성숙하고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이성과의 신체 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56세의 성인 남성 교사가 일방적으로 신체 접촉을 할 경우, 피해자들로서는 이를 회피하거나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명백한 권력 관계 속에서 벌어진 '권력형 성범죄'의 특성을 법원이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코 동의의 의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재판부는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비록 실형은 면했지만,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그가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