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향력 있는, 신뢰하는, 열독률 높은 언론매체]
MBC, 2년 연속 전 부문 1위 기록…KBS·JTBC와 함께 3강 체제 구축
영향력 6위 유튜브는 신뢰도에서도 10위권 처음 진입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충격파는 '뉴스의 시대'를 몰고 왔다. 계엄 선포·해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기소에 이은 조기 대선과 3대 특검까지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고 언론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거친 호흡으로 역사의 순간을 관통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침과 이재명 정부 출범의 최전선에서 MBC는 또 한번 새 기록을 썼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2025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부문에서 MBC는 영향력·신뢰도·열독률 3개 분야 모두 1위를 석권하며 2년 연속 '전관왕'을 달성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관련된 각종 의혹의 길목마다 '물음표'를 던지며 '민주주의와 일상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 MBC는 영상 콘텐츠 소비 중심의 환경을 발판 삼아 타 매체와의 격차를 한층 더 벌리며 굳건한 선두를 유지했다.
JTBC는 헌정사 초유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와 JTBC의 약진에 KBS, SBS도 녹슬지 않은 저력을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뉴스 생산과 소비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유튜브의 무서운 상승세는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MBC 제공
'3강' 조선일보 내려가고, JTBC 올라와
올해 MBC의 경쟁사는 '작년의 MBC'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는 MBC'라는 답변은 2025년에도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500명)와 일반 국민(500명)을 대상으로 한 영향력 지목률에서 MBC는 지난해 대비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2년 연속 선두를 기록했다. 전문가의 절반에 육박한 49.4%가 MBC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다. 주목할 점은 일반 국민 지목률이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의 62.4%가 MBC를 선정했다. 시사저널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 부문에서 일반 국민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 2022년 이후 특정 매체가 영향력 부문에서 60% 넘는 지목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MBC의 일반 국민 영향력 지목률 50.4%와 비교해도 무려 12.0%p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과 2023년은 KBS가 각각 42.8%, 45.2%를 차지하며 시민들에게 영향력이 가장 큰 언론매체로 선정됐다. MBC에 1위를 내줬던 KBS는 올해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41.2%)에 이어 42.2%의 지목률로 2위에 올랐다. 전년 15.6%로 5위에 그쳤던 JTBC는 29.6%로 3위에 안착했다. 지난해(21.4%)에 비해 6.4%p 상승한 SBS가 27.8%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3위였던 조선일보(25.8%)는 올해 23.0%로 하락세를 보이며 5위로 밀려났다. 유튜브(16.0%)와 YTN(10.2%)도 각각 10% 넘는 지목률을 나타냈다.
MBC와 JTBC의 약진은 전문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MBC(49.4%)에 이어 KBS(26.8%), JTBC(24.0%)가 선두권을 형성했는데 MBC와 JTBC는 각각 지난해보다 6.0%p, 8.4%p 상승했다. 지난해 10.4%였던 유튜브는 올해 전문가 영향력에서 19.0%로 8.6%p 뛰어오르며 5위로 올라섰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26.2%로 3위였지만 올해는 22.8%에 머물며 4위로 하락했다. 전문가와 일반 국민 영역 모두에서 조선일보의 지목률은 하락 흐름을 보였다.
MBC와 JTBC의 영향력 확대는 공격적인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플랫폼·SNS 활용과도 맞닿아 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2025년 1~7월까지 뉴스·정치 분야 콘텐츠 누적 조회 수를 분석한 결과 MBC가 운영하는 'MBC 뉴스' 채널은 약 42억4100만 회로 집계됐다. JTBC는 24억9100만 회, YTN 20억7400만 회, SBS 18억8600만 회, KBS 10억7400만 회로 조사됐다. 8월10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MBC가 590만 명, YTN 513만 명, SBS 497만 명, JTBC 465만 명, KBS 339만 명을 기록했다.
최진순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MBC는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서면서 정권 내내 주목을 받았고, 비상계엄 이후 집중적인 이슈 보도와 앵커 브리핑 등으로 화제성을 이끄는 동시에 이를 유튜브와 연동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영향력 조사의) 일반 국민 표본에서 방송매체 쏠림이 더 강한데 이는 방송사들이 유튜브 라이브와 숏폼, 이슈별 콘텐츠 재가공으로 유통을 활발히 하며 도달력을 키운 효과"라고 분석했다.
텍스트보다 영상·오디오 선호 '뚜렷'
유튜브가 불러온 '듣는 뉴스, 보는 뉴스'로의 변화는 영향력과 함께 신뢰도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에 대한 질문에서 유튜브는 일반 국민 지목률 14.6%(6위), 전문가 지목률 7.4%(8위)를 보였다. 유튜브가 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10위권 안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한 조사에서 유튜브는 영향력과 열독률에서는 전통 매체를 위협했지만, 신뢰도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낸 적은 없었다. 전문가 조사에서 유튜브는 경향신문(6.2%)과 조선일보(5.8%)를 앞질렀고 일반 국민 조사에선 한겨레(12.2%), 연합뉴스(9.6%), 조선일보(8.4%), 네이버(7.0%)보다 상위에 랭크됐다.
고흥석 국립군산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는 "미디어 환경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인화되면서 점차 이용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수준의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찾고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사람들은 최신 정보와 함께 그 정보에 대한 입체적이고 심층, 종합적인 정보와 분석을 원하는 반면 레거시 미디어는 갈수록 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유튜브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깊이 있게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신뢰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보는 흐름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뼈아프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의 1위를 지킨 MBC는 신뢰도 부문에서 전문가 40.8%, 일반 국민 51.8% 지목률을 기록했다. JTBC는 전문가 21.0%·일반 국민 31.6%, KBS는 12.2%·27.4%로 그 뒤를 이었다. SBS는 전문가 신뢰도에서 전년과 동일한 8.4%(5위)였지만,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27.0%(4위)로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8.0%p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박민-박장범 사장 선임 논란과 수신료 분리징수 진통, 편집권 침해 등 '내우외환'을 떨치지 못하며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은 KBS는 일반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27.4%로 전년(24.4%)보다 상승했지만 JTBC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지난해 16.4%에서 올해 12.2%로 4.2%p 떨어지며 공영방송의 콘텐츠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 가운데 한겨레(전문가 11.2%, 일반 국민 12.2%)와 경향신문(전문가 6.2%)이 모두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상승한 반면 보수 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어온 조선일보는 5.8%·8.4%에 그쳤다.
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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