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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멸종위기 한국’, 남자가 낳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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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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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8772?cds=news_media_pc&type=editn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임신·출산이 남성의 일이 된다면
페미니스트로 변하는 주인공 보며
‘출생률 최저’ 한국을 생각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잘나가는 광고맨 히야마 켄타로(사이토 타쿠미 분)는 인생의 모든 일을 예측하고 계획대로 해나가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는 남자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남성 임신'으로 무엇하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임신 출산이라는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은 일본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8부작 시리즈다. 직관적인 제목 그대로, 남성인 히야마 켄타로가 임신하게 되며 겪는 일을 회당 25분의 짧은 호흡으로 그려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몇 년 전부터 정치인들과 정부가 '임신 출산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이대로라면 한국인 멸종'-합계출산율 0.75(2024년)-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에 놀라서 지르는 비명에 가깝다. 오히려 지금의 낮은 출생률은 그동안 임신 출산이 철저히 여성들만의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만약 임신과 출산이 남성의 일이 된다면? 비유적인 수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말이다.

어떻게 남성 임신이 가능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애초에 할 생각이 없을뿐더러, 그것은 이 작품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일종의 사회 실험에 가깝다. 2020년대 일본 사회가 이 작품의 배경이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와 판박이다. 이를테면 한 명 빼고 전원 남성인 광고 회사의 회의 자리에서 모델의 신체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하는 남자와 그에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말 하면 큰일 나~'라고 말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고, 홍일점인 여성이 억지로 미소 짓는, 우리 모두 너무 잘 아는 사회. 바로 그 사회에서 철저히 여성의 것으로만 여겨졌던 임신과 출산을 남성이 하게 되었을 때 남성과 여성은,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 전제를 통해 자연스레 지금의 우리들, 우리 사회는 어떤지를 묻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히야마 켄타로의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아이의 생물학적 엄마이자 파트너인 아키(우에노 주리 분)는 오직 일밖에 모르는 프리랜서 라이터다. 히야마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내뱉는 아키의 첫 마디, "정말 내 애가 맞아?" 이 대사를 여성의 입에서 들었을 때의 짜릿함이라니!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같은 게 판타지가 아니라 이 작품 속 세계야말로 진정한 판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게다가 좋아하는 작가 일이 불안정해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아키는 내심 '출산하지 않아도 내 아이를 갖게 된다니,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출산한 여자 선배도 대번에 이렇게 말할 정도니까. "남자가 아이를 낳아준다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 임신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 그걸 다 남자가 해준다니 그렇게 좋은 일이 또 어딨어?" 아, 그동안 남자들이 이런 감각으로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는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나 보다! 한국인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남성 임신 기술을 하루빨리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아키에게 히야마가 기막혀하며 말한다. "내 뱃속에 아이가 있어. 네가 뭘 알아? 온종일 속이 메스껍고 상사에게도 찍혔어. 이미 삶에 지장을 주고 있는데 그런 농담이 나와?" 그래, 그러니까. 그동안 여자들이 해왔던 말이 바로 그거다. 아키는 히야마에게 바로 사과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 ⓒ넷플릭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남성 임산부'의 소수자성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다시피, 남성이 임신했다는 사실은 일부에게는 이상하고 징그러운 일로 여겨지며 차별과 놀림의 대상이 된다. '남성스럽지 않은 일'로 치부되어 당사자들도 큰 혼란을 겪기도 한다.

'광고맨'이라는 정체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는 히야마 덕분에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보면 좀 뭉클해지기도 한다. "임신을 하면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나 봐요" 같은 동료 남성의 대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마 남성 임산부로서 처음 겪는 소수자성이 그를 변하게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렇게 사회뿐 아니라, 히야마 켄타로 자신도 조금씩 '업데이트'되는 모습을 과장 되지 않게, 현실적으로 그려나간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깨달음의 말을 남성이 했을 때 여성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칭찬받는 현실까지도 섬세하게 짚어주는 꼼꼼함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남성이 임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고, 자신의 깨달음에 대해 말함으로써 주목도 받고, 사회 인식도 조금씩 바꾸고, 그건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이 작품의 마지막 회에 나오는 동료 여성의 말로 대신한다. "히야마씨, 그게 뭐 대단하다고 폼 잡으면서 말해요? 여자들은 보통 다 그래요."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과 경쾌한 연출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 보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불가능한 남성 임신을 통해 비로소 변화가 가능해진 작품 속 세계의 '판타지'가 부러워진다. '멸종 위기'의 현실 속 우리는, 이런 판타지 없이도 '업데이트'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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