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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스토킹 피해자인 내가 폭행 가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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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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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이웃이자 집주인인 50대 남성 B씨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공동현관에 적힌 비밀번호를 지워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배달기사 편의를 위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홀로 사는 여성 입장에선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이 연락을 계기로 B씨는 A씨에게 사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B씨는 2시간 동안 37차례나 통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전화를 받지 않는 A씨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이웃이자 집주인인 점도 이용했다. 1층 로비와 지하 주차장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A씨 동선을 체크하고는 외출할 때 따라나서기도 한 것이다.


A씨는 결국 4월 29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접근하거나 연락하지 못하도록 긴급응급조치(주거지 100m 이내·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를 내렸다. 하지만 스토킹은 끝나지 않았다. "1층 재활용 앞. 잠깐 내려와 주시겠어요?", "이거 논의 좀 하시죠", "스타벅스?" 같은 문자는 계속됐다. 신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5월 13일 하루 동안에는 긴급응급조치를 26차례 어겼다.


심지어는 A씨를 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B씨가 집까지 따라 들어와 만남을 요구하고 강제추행을 하자 A씨가 B씨를 때리고 자신을 감시하던 CCTV 모니터를 스탠드 조명으로 부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더 황당한 일은 이후 일어났다. A씨가 고소당한 사실만으로 서울시에서 받던 스토킹 피해지원이 끊긴 것이다. A씨는 5월 23일 서울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의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사흘 뒤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매뉴얼에 따르면 센터는 경찰이 스토킹 피해자의 가해행위를 확인했다고 통보해오면 피해지원을 중단한다. 단순히 피해자로만 볼 수 없을 경우 사실관계를 재확인한 뒤 지원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A씨는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넣어봤지만 "필요시 사례판정위원회를 열어 절차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 사이 A씨는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하루아침에 스토킹 피해자에서 폭행 가해자가 된 A씨는 이제 스토킹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월 30일 B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B씨는 2월 4일부터 4월 29일까지 188회에 걸쳐 A씨를 스토킹하고 긴급응급조치를 어긴 혐의를 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처럼 가해행위를 확인해 스토킹 피해지원을 중단하는 사례가 한 해 몇 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가 고소당했더라도 범죄 내용이 중하지 않은 경우에는 담당자가 융통성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naver.me/FW0PzU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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