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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성소수자단체 회원들이 2021년 11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 국가인권위 진정’에 앞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요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성별 정정 신청인에게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강요하는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법원의 판단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나왔다.
14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임수희)는 지난 5일 성정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 ㄱ씨의 성별 정정 신청을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외과적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참고자료들을 기초로 사회 통념상 전환된 성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그로써 족하다”며 “성별 정정 허가를 위해 외과적 수술을 강제하는 것은 법리에 반할 뿐 아니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신체·건강상의 위험과 막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트랜스젠더가 성별 정정을 할 수 있게 된 뒤, 당시 대법원이 마련한 사무처리지침이 사실상 성별 정정 허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돼왔다. 문제는 성확정 수술 여부를 참고서면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무처리지침의 일부 조항(제6조 제3·4호)을 근거로, 법원이 성확정 수술을 성별 정정의 허가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ㄱ씨 사건을 다룬 재판부는 “사무처리지침의 성전환수술은 허가 요건이 아니라 ‘참고사항’”이라며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단지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 신청을 기각해 외과적 수술까지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리와 사무처리지침에 명백히 반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보장 최소한도 지키지 못하고 도리어 성전환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침해·훼손 행위를 하도록 몰아감으로써 신체·건강의 위험에 대한 공포와 거액의 수술비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곤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도 지난해 4월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여성 5명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성확정 수술 여부를 성별 정정 허가 기준으로 삼아온 일선 법원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첫 판결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