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 벽면 가득한 붉은 글씨 호소문
"옆집 윗집 모두 이사갔다"…피해 확산
24시간 켜진 우퍼 스피커, 고의성 의심
50도 담금주·대형 우퍼 배송에 퍼진 불안"60X호의 악의적인 소음 문제로 경찰 신고로도 해결 안 됩니다.
주민들이 다 같이 지역구 의원에게 경찰과 구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도움 요청 전화를 합시다."
ㄴ"60X호 가만안둔다 조심해라"
ㄴ"진동 뭐임, 들리면 안되는 위치인데"
ㄴ"사람 안사는듯 사람 사는지 확인해봐"
ㄴ"12층도 들린다 미치겠다"
ㄴ"경찰도 속수무책이라고요?"
ㄴ"제발 모두 전화하세요."
이 건물의 '60X호 전쟁'은 작년 봄 시작된 뒤 1년 반 넘게 끝날 기미가 없다. 하루 24시간, 한 세대에서 흘러나오는 진동과 소리가 건물 전체를 흔든다. 경찰 신고는 50차례를 넘겼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12일, 기자가 직접 해당 오피스텔을 찾았다. 6층에 내리자마자 발바닥에 '웅' 하는 진동이 발끝으로 스며들었다. 복도 공기가 미세하게 떨렸고, 바닥은 공연장 우퍼 앞처럼 묵직하게 울렸다.
데시벨 측정기는 70~75dB을 기록했다. 이는 '시끄러운 사무실' 수준이며, 이 소리가 온종일, 단 1분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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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따르면, 처음 소음은 지난해 5~6월경 세탁기와 비슷한 진동에서 시작됐다. 간헐적이던 소음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커졌다. 골전도 우퍼 스피커를 통해 총소리, 괴물·여자 비명과 유사한 소리, 노랫소리 등이 변주처럼 흘러나왔고, 피해 범위도 3층부터 13층까지로 확대됐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이 집이 상속받은 집이고 실소유주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예전에는 안마기 소리 정도(40~50dB)라 참을 수 있었지만, 우퍼 스피커를 바꾼 뒤부터 지금은 70dB이 넘는다. 어제도 잠을 못 자고 가슴이 두근거려 괴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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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씨는 "서울시 층간소음센터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력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 구청에도 얘기했지만, 오피스텔은 준주택이라 책임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했다.
인접 세대에서는 부엌 타일이 떨어지고 찬장의 그릇이 진동으로 낙하했으며, 벽지와 실리콘 마감이 터지는 등 구조 손상 피해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정신적·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재산상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 30대 D씨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자도 소리는 막히지만, 진동이 몸을 타고 들어와 새벽에 한두 번씩 깬다. 맞은편 집은 타일이 떨어졌고, 우리 집은 실리콘 마감과 벽지가 다 터졌다. 재산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껴도 진동이 몸을 타고 들어와 새벽마다 깬다. 이에 소화기를 들고 문을 부수겠다는 사람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D씨는 "이사하려고 해도 집을 내놓으면 부동산에서 매물 받기를 꺼리고, 소문까지 나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월세면 나가겠지만 전세라 쉽게 나갈 수도 없다"며 "퇴근길에 귀를 대보면 수도 트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면 인기척을 싹 없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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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 따르면, 60X호 거주자는 평소 초인종·인터폰을 꺼두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 관리사무소가 수도·가스 사용량을 점검한 결과, 매일 일정량이 꾸준히 사용돼 내부에 거주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CCTV에는 문을 살짝 열어 택배를 들여놓는 모습이 찍혔는데 40대 여성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장 김모 씨(68)는 "6개월 넘게 우퍼 스피커를 틀어놨다. 옆집 몇 번 이사 갔고, 전세는 안 나간다. 2018년부터 관리했지만 이렇게 장기화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빗발치는 민원에 지구대도 나오고 경찰서에서도 나온다. 형사 한 분이 증거를 더 모아 영장 발부를 추진하겠다고는 하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50차례 넘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문을 열지 않아 강제 진입이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포경찰서 수사과에 소음 관련 경범죄로 사건이 접수됐으며,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자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