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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코 성형·필라테스가 도수치료?…팔수록 적자인 실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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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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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61643

 

왼쪽 무릎과 발목 통증으로 서울 강남 소재 의료기관을 찾은 A씨. 의사는 “왼쪽보다 오른쪽 다리가 구조적으로 이상이 있다”며 운동 치료를 병행하라고 권했다. 고액(500만원)의 비용에 A씨가 부담을 느끼자, 병원에선 “실손보험을 청구하면 370만원 가량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패키지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보험금 청구 내용은 모두 도수치료였고, 여기에 사실상 필라테스 비용도 들어가 있었다.

12일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ㆍDB손해보험ㆍ현대해상ㆍKB손해보험ㆍ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상반기) 실손보험금으로 5조3849억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8% 늘었는데,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8.2%)을 넘어섰다. 이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비율은 58.7%(3조1602억원)로, 60%에 육박했다. 지난해 1년간 비급여로 지급된 액수는 5조7000억원이었는데, 올 상반기 그 절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논란은 ‘반짝’, 틈새 질환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


실손보험은 병원비·약값 등 실제 쓴 돈을 돌려주는 보험이다. 국민 대다수(3997만 명)가 가입할 정도라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경우 의료기관의 재량 범위가 넓어 과잉 진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위험손해율)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8.5%에 달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비급여의 문제점 등을 보완해 4세대 보험까지 출시됐지만, 3세대(149.5%)와 4세대(131.4%)의 손해율도 여전히 높은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출시 첫해엔 보험금 청구가 적어 손해율이 낮은데, 문제는 100%를 넘어가는 기간이 더 짧아지고 있다”며 “비급여 실태가 논란이 되면 그때만 반짝 줄었다가 다른 질환, 다른 진료과목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비급여 보험금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성형수술·영양제 허위 청구…‘실손 맞춤형’ 치료도


올 상반기 실손보험 지급 실태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 지급보험금이 9140억원으로, 전체 지급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17%)이 가장 높았다. 지급보험금 액수도 전년 동기(8655억원) 대비 5.6% 늘었다.

산재·자동차보험은 도수치료 횟수와 기간·주체 등에 제한이 있지만, 실손보험의 경우 별도의 제한이 없다. B씨는 발목 통증으로 서울 서초구의 성형외과를 찾아 도수치료(200만원) 중 코 수술(300만원)까지 받았다. 보험 한도에 맞춰 비용을 1회당 10만~25만원씩 쪼갰고, 성형수술 비용 일부를 도수치료로 허위 청구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중ㆍ고교생을 상대로 “도수치료를 받으면 키가 클 수 있다”고 광고하고, 산전·산후 패키지에 도수치료를 포함한 경우도 있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내용을 묻고 보험 한도에 맞춰 교묘하게 치료 계획을 짜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영양제·비타민 등 비급여주사제 보험금으로도 3467억원(비중 6.4%)이 나갔다. 지난해 상반기 2729억원에서 27%나 증가했다. 몸살이나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비타민과 면역증강 주사제를 꼭 필요한 것처럼 처방해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식이다. ‘하이푸 시술(자궁근종 초음파 치료)’이나 ‘전립선결찰술(전립선비대증 치료)’도 의학적 근거 없이 시행하거나, 불필요한 입원 진료를 권유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5세대 실손·선택형 특약 연내 도입…"컨트롤 타워 필요"

정부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중증ㆍ비중증질환으로 나눠 보장 내용을 차등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택형 특약은 일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구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세대 상품과 선택형 특약은 모두 실무 작업을 하고 있어 연내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도덕적 해이’를 줄일 근본적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가격 상한 설정,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같은 성분과 효과가 있는 급여 제품이 있는데도 수백 배 비싼 비급여 제품이 사용되는 등 건강보험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모든 비급여 진료 내역의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급여 진료 문제는 금융위와 보건복지부ㆍ보험사ㆍ의료기관ㆍ의료 소비자 등 여러 이해 관계자가 얽혀있다. 앞서 의료개혁특위와 비급여협의체 등에서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댔는데, 현재는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거버넌스(관리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보공단에 비급여관리실이 있는 것처럼 상위기관인 복지부에 비급여관리과를 만들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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