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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업체들이 잇달아 여성이 아닌 남성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화장품 주요 소비층인 여성을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역발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헤라 모델, 제니서 필릭스로
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헤라는 최근 K팝 남성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인 필릭스를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헤라가 브랜드 대표 모델을 남성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브랜드 대표 모델은 블랙핑크 멤버 제니로 2019년부터 6년간 모델 활동을 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서구권 해외 여성 팬들로부터 인기 높은 남성 아이돌을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발상 마케팅 전략”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마케팅 전략을 바꾼 것은 지난해 기초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의 모델로 방탄소년단(BTS) 진을 선정해 매출 증가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BTS 진을 모델로 기용한 뒤 지난해 4분기 라네즈 전체 매출은 30% 이상 급증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진을 모델로 쓴 뒤 세포라와 아마존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세포라에서는 지난해 스킨케어 브랜드 매출 3위를 기록하는 등 브랜드 제고 효과를 누렸다”고 했다.
K뷰티 인디 브랜드들도 잇따라 남성 아이돌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의 색조 브랜드 ‘어퓨’는 올해 2월 인기 K팝 아이돌 그룹 NCT의 제노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내세웠다. 어퓨에 따르면 올해 6월 제노의 첫 화보 공개 직후 소셜미디어 등에서 어퓨 브랜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퓨 관계자는 “NCT 제노가 해외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생)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K뷰티업체 파켓이 운영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믹순’은 올해 2월 K팝 보이그룹 엔하이픈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기용했다. K뷰티 브랜드 ‘이즈앤트리’도 NCT의 멤버 재민을 모델로 썼다.
◇아이돌 굿즈도 선보여
K뷰티업체들은 아이돌 굿즈 등을 선보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고운세상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는 오는 10일까지 올리브영에서 자사 수딩 크림(70mL)을 구매하면 글로벌 앰버서더인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 대면 팬 사인회 응모권을 주는 행사를 한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남성 모델을 기용해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 응모권을 제공하는 화장품업체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모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보다 남성 아이돌 그룹을 앞세우는 것이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K뷰티업체들의 제품 경쟁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액은 계속 늘고 있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 화장품 잠정 수출액은 9억3516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1% 증가했다. 프랑스와 영국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0.4%, 22.8% 늘어나는 등 유럽 지역에서의 수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중동 지역 수출액도 38.8% 급증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