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축구 여정의 방향을 틀었다. 18세에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린 소년은 독일과 영국을 거치며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됐다. 그로부터 15년, 미국이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유럽보다 검증되지 않은 길, 우리에게도 낯선 무대다. 제법 세를 넓혀가고 있는 미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손흥민에게 새로운 더비가 찾아온다.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LA)FC는 7일(한국시간) 보도 자료를 통해 "LAFC는 오늘 구단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로부터 손흥민을 완전 이적으로 영입했다"라고 발표했다. LAFC는 "손흥민은 2027년까지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로 등록되며, 2028년까지 연장 옵션이 있고, 추가로 2029년 6월까지의 옵션도 포함되어 있다. 손흥민은 국제 선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P-1 비자와 국제 이적 증명서(International Transfer Certificate)를 발급받는 즉시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로써 공식적으로 LAFC의 선수가 된 손흥민은 새로운 더비를 앞두고 있다. LA갤럭시를 상대로 한 '엘 트라피코'라 불리는 라이벌전이다. 두 팀은 나란히 LA를 연고로 한다. 자연스레 엘 트라피코라는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는데, '트라피코'는 스페인어로 '교통'을 뜻하는 단어이며 LA의 극심한 교통 체증에서 따 온 것이다.
이러한 라이벌리를 구성한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역사와 팬덤이다. LA갤럭시는 LAFC에 비해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1995년에 창단됐으며 데이비드 베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스티븐 제라드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도 선수 시절, LA갤럭시에 잠시 몸담았던 바 있다. 덕분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LAFC는 과거 MLS 소속이었던 치바스 USA의 확장 구단이며, 2018년부터 MLS 운영권을 획득해 본격적으로 리그에 참가한 팀이다. 치바스는 낮은 성적과 팬 감소로 인해 2014시즌을 끝으로 MLS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MLS는 여전히 LA 시장이 매력적이라 판단했고, 매직 존슨, 미아 햄 등 스포츠·엔터테인먼트·투자 분야 유명 인사들과 힘을 모아 LAFC를 창단했다.
LA갤럭시 팬들은 당연히 LAFC의 창단을 좋게 볼 리 없었다. 곧바로 두 팀 간의 라이벌리가 형성됐고, 엘 트라피코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두 팀은 팬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운영된 LA갤럭시의 팬층은 미국인이 대부분이다. 반면 LAFC는 이웃 나라인 멕시코 팬들이 많다. LAFC는 사실상 치바스의 전신으로 통하는데, 치바스의 구단주가 멕시코인이었고, CD과달라하라(멕시코)의 분점인 팀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멕시코의 슈퍼스타였던 카를로스 벨라가 LAFC에서만 무려 6년을 활약하며 자연스레 멕시코 팬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따라서 두 팀 팬덤의 관계는 미국 대 멕시코의 대결 구도로 정리할 수 있다. 두 국가의 대표팀 역시 북중미를 대표하는 라이벌이기에, 엘 트라피코에서는 늘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두 팀의 역대 전적에서는 10승7무9패로 LA갤럭시가 근소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한편 손흥민이 LAFC로 이적하며, 엘 트라피코에서는 '미니 한일전'도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오랫동안 활약했던 요시다 마야가 현재 LA갤럭시의 주장 완장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