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선수 손흥민이 뜬금없이 ‘비매너 논란’에 휘말렸다. 정정하겠다. '억까'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우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후,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가 각각 인터뷰에 응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손흥민은 여성 리포터의 우산 아래서 인터뷰를 했고, 벤 데이비스는 자신이 직접 우산을 들고 리포터를 배려했다. 이 장면을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들은 손흥민을 향해 "비매너"라며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6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이 장면엔 결정적인 맥락이 생략되어 있다. 당시 손흥민은 한 손에 마이크를, 다른 손에는 이어폰과 연결된 무선 송출기를 들고 있었던 것. 손이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벤 데이비스는 송출기를 바지에 장착하고 있었기에, 두 손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우산을 들 여유가 있었다. 단순히 ‘누가 우산을 들었는가’만을 캡처해 손흥민의 매너를 평가하는 것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결여된 비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설령 손흥민이 우산을 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비판받을 일인가”라는 데 있다. 한 명은 리포터, 다른 한 명은 초청된 선수다. 미디어 인터뷰는 리포터가 주도하며, 방송 장비와 상황에 따라 배역이 나뉜다.
그 자리에서 남성 선수가 여성 리포터에게 반드시 우산을 씌워줘야만 매너 있는 행동이 되는가?
지금 이런 상황이 ‘젠더 매너 테스트’의 일환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남성에게는 매 순간 ‘배려의 증명’을 요구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곧바로 ‘비매너’ 낙인을 찍는 분위기는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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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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