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오는 11월26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종합보고서를 작성 중인 가운데, 박선영 위원장이 한 권의 별책으로 내기로 한 3·15 의거 관련 종합보고서를 뚜렷한 이유 없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라고 지시해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담당 국장은 공개 석상에서 “3·15 종합보고서 기술 중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서술에 대한 위원장님의 불편한 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5일 오후 제114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제2기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 원고 검토 보고 건’을 심의했다. 제1권 총론과 제2권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에 이어 제3권으로 묶이는 인권침해 사건 보고서의 구성과 목차에 관해 보고한 정영훈 조사2국장은 “집단희생 사건이나 인권침해 사건과 달리 3·15 사건의 경우에만 왜 축약본과 상세본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박선영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산 3·15 의거는 2022년 제정된 ‘3·15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별도의 위원회 구성없이 진실화해위 조사2국 산하에 3·15의거과를 두고 진실규명 업무를 수행해왔다. 문제는 종합보고서 작성을 놓고 불거졌다. 3·15 의거 신청사건은 조사2국에서 다루는 형제복지원 등 다른 인권침해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별도 법률까지 제정된 사건이기에 서술해야 할 분량도 상대적으로 많다. 제3권 인권침해사건의 한 챕터로 목차에 넣되, 단일 버전 별책으로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기로 했던 이유다. 이에 따라 3·15의거과는 440쪽(A4 기준)의 보고서 초안을 이미 작성·제출했다.
이날 정영훈 국장의 발언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갑자기 3·15의거 종합보고서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축약본은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상세본은 지역사회에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 국장이 이에 대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이고 상세본을 보고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기만 행위이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다시 “두 가지 버전 그대로 만들어 모두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시정한 일은 다행스럽지만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보고하겠다는 것 역시 매우 기이한 일”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의 이런 방침이 보고서 초안에 담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5 의거는 이승만의 권위적 통치와 장기집권, 부정선거를 빼놓고는 배경 설명이 어렵다. 실제 이날 박선영 위원장은 3·15의거과 과장에게 “이건 정치학 논문이 아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논의는 축약하라”고 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에 오기 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역대 독재자들을 찬양해온 이력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축약본은 제3권에 넣고, 별책은 종합보고서가 아닌 진상조사 보고서로 격하해 창원 등 지역사회에만 배포하려고 했던 게 박 위원장의 원래 계획이었는데, 반대가 심하자 철회한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략)
박선영 위원장은 5일 “3·15 의거 종합보고서의 두 가지 버전 제작이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이냐”는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https://naver.me/5ZSOrT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