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칼럼 한 편을 내놓았다. 5일자 신문에 실린 "국제 망신 된 尹(윤) 특검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칼럼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윤석열이 수감 중 체포 영장에 불응한 사실보다, 그 상황을 알린 특검팀을 문제 삼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특검 브리핑과 그것을 두고 조롱하거나 비판한 여당 지지층이야말로 '국격 훼손'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칼럼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격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만들어냈다며 "특검팀과 지지층이 국제 망신을 당하는 나라의 국민임을 잊은 양 즐기는 듯해 민망하다"고 지적했다.정당한 체포를 거부하는 전직 대통령의 행태는 '알권리'가 아닌가
그런데 정말 문제의 본질이 망신을 즐긴 일부의 저급한 행동에 있을까. 아니면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특검에 협조하지 않는 윤석열 본인에게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후자다. 그리고 언론은 이 중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까에 대한 정답도 마찬가지다.
또한 칼럼은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에 임했던 자세와 비교하며 윤석열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전직 대통령들을 두고 '품위를 지키고 나라의 체면을 위해 감내한 역사'라고 포장하는 건 어불성설의 극치다. 품위와 나라의 체면을 생각했더라면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게 우선이다.
애당초 김건희 특검팀이 선택한 언론 브리핑은 오히려 필요했다. 그가 법치주의에 따라 체포되려 하지 않았고, 과거의 조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으며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수사가 지연됐다는 사실은 국민의 알 권리다. 특히 그간 체포 과정과 구속 과정에서 봤듯 윤석열과 관련해서는 유난히 사법 질서가 '이상하게' 작동해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체포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상세히 밝혀져야만 했다.
하지만 칼럼은 이러한 지점을 외면한 채 뜬금 없이 외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영국 언론 <가디언>이 말한 "제도권에 뿌리박힌 권위주의",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의 "냉전적 분열의 뿌리는 군사정권"이라는 분석을 두고, 서구 언론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아시아답게 열등'하길 바라는 것처럼 읽혔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외신은 계엄령 발동 시도, 검찰 장악, 언론 압박, 사법기관의 편향성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보고 이를 한국의 구조적·역사적 권위주의로 분석한 것이다. 그것은 조롱이 아니라 비판이며, 분석이며, 경고다. 세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시아니까 열등하길 바라는 우월감'으로 해석하는 건 자격지심이거나, 더 나쁘게 보면 본질을 덮는 해석이다.
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 당시, 전 세계 언론은 한국 시민사회의 힘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보여준 응원봉의 물결과 케이팝 합창에도 외신들은 한국 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보도하기 바빴다. <조선일보>는 불과 반 년도 안 된 보도들을 모두 잊은 것인가.
나라 망신을 시킨 건 특검도, 외신도 아니다. 자신을 향한 법의 철퇴를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윤석열의 비겁한 태도다. 이 당연한 얘기에 동의하지 못하고 여전히 윤석열을 비호하며 그의 책임을 흐리는 <조선일보>가 나는 윤석열 만큼 부끄럽다.
해당 칼럼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격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만들어냈다며 "특검팀과 지지층이 국제 망신을 당하는 나라의 국민임을 잊은 양 즐기는 듯해 민망하다"고 지적했다.정당한 체포를 거부하는 전직 대통령의 행태는 '알권리'가 아닌가
그런데 정말 문제의 본질이 망신을 즐긴 일부의 저급한 행동에 있을까. 아니면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특검에 협조하지 않는 윤석열 본인에게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후자다. 그리고 언론은 이 중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까에 대한 정답도 마찬가지다.
또한 칼럼은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에 임했던 자세와 비교하며 윤석열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전직 대통령들을 두고 '품위를 지키고 나라의 체면을 위해 감내한 역사'라고 포장하는 건 어불성설의 극치다. 품위와 나라의 체면을 생각했더라면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게 우선이다.
애당초 김건희 특검팀이 선택한 언론 브리핑은 오히려 필요했다. 그가 법치주의에 따라 체포되려 하지 않았고, 과거의 조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으며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수사가 지연됐다는 사실은 국민의 알 권리다. 특히 그간 체포 과정과 구속 과정에서 봤듯 윤석열과 관련해서는 유난히 사법 질서가 '이상하게' 작동해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체포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상세히 밝혀져야만 했다.
하지만 칼럼은 이러한 지점을 외면한 채 뜬금 없이 외신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영국 언론 <가디언>이 말한 "제도권에 뿌리박힌 권위주의",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의 "냉전적 분열의 뿌리는 군사정권"이라는 분석을 두고, 서구 언론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아시아답게 열등'하길 바라는 것처럼 읽혔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외신은 계엄령 발동 시도, 검찰 장악, 언론 압박, 사법기관의 편향성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보고 이를 한국의 구조적·역사적 권위주의로 분석한 것이다. 그것은 조롱이 아니라 비판이며, 분석이며, 경고다. 세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아시아니까 열등하길 바라는 우월감'으로 해석하는 건 자격지심이거나, 더 나쁘게 보면 본질을 덮는 해석이다.
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 당시, 전 세계 언론은 한국 시민사회의 힘과 민주주의의 성숙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보여준 응원봉의 물결과 케이팝 합창에도 외신들은 한국 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보도하기 바빴다. <조선일보>는 불과 반 년도 안 된 보도들을 모두 잊은 것인가.
나라 망신을 시킨 건 특검도, 외신도 아니다. 자신을 향한 법의 철퇴를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윤석열의 비겁한 태도다. 이 당연한 얘기에 동의하지 못하고 여전히 윤석열을 비호하며 그의 책임을 흐리는 <조선일보>가 나는 윤석열 만큼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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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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