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하는 자리
성범죄사건 수임에 적절성 제기

전치영(사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변호사 시절 가수 정준영 등이 벌인 집단 성폭행·불법촬영 사건(일명 ‘버닝썬 사건’) 공범을 변호하는 등 복수의 성범죄 사건을 변호한 이력이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요직에 발탁돼 ‘보은 인사’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성범죄 가해자들을 위해 변론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관할하는 자리를 맡기에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 비서관은 가수 정준영·최종훈 일당의 집단 성폭행·불법촬영 사건에 연루된 공범이자 클럽 ‘버닝썬’ 영업직원(MD) 출신 김모 씨의 변호를 맡았다. 김 씨는 2016년 미국에서 일행들과 리조트에 머물며 의식불명 상태인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1월 정준영 등과 함께 간 리조트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강제추행하고, 일행이 성폭행하는 모습을 촬영해 단체 대화방에 여러 차례 공유한 혐의도 받았다. 전 비서관은 김 씨 변호인 가운데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변호를 맡은 유일한 변호인이다. 김 씨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전 비서관은 김 씨 외에도 2020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여성을 준유사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A 씨 사건의 1심 재판을 변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10월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의식불명이 된 B 씨를 본인 주거지로 데려가 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 변호를 맡았던 전 비서관은 “피해자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설령 그렇다 해도 (A 씨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변호했다. 그러나 법원은 CCTV 영상에 나타난 피해자의 걸음걸이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공직기강비서관은 대통령실 직원에 대한 비리 감찰 및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성범죄 사건을 연달아 수임했던 전 비서관이 직을 맡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전 비서관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업무라는 점을 들어 따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983년생인 전 비서관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변호사시험(5회)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22년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후 변호인단을 2명에서 7명으로 보강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태형 민정비서관과도 같은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그동안 공직기강비서관은 업무 특성을 감안해 사정·감찰 관련 경력을 지닌 인사들이 주로 맡았는데 로스쿨 출신인 전 비서관이 깜짝 기용돼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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