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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협박에 불법체류까지
“축구 좀 그만하라”는 연인의 말 한마디에 격분해 흉기를 목에 들이댄 불법체류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연인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중범죄였지만, 피해자의 ‘용서’ 한마디가 실형을 막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광주의 한 주택가, 지난 4월 16일 밤은 악몽으로 변했다. 태국 국적의 A씨는 연인인 20대 여성 B씨와 함께 있었다. 사소한 말다툼은 순식간에 살기로 번졌다.
B씨가 축구를 하지 말라고 말하자, 격분한 A씨는 부엌으로 가 부엌칼을 들고 돌아왔다. A씨는 침대에 앉아 겁에 질린 B씨의 목에 차가운 칼날을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연인을 향한 끔찍한 협박은 A씨의 또 다른 비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5년 넘게 한국에 불법으로 체류해 온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9년 7월, 사증면제(B-1) 자격으로 입국한 A씨는 체류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계속 한국에 머물러왔다.
'특수협박'과 '불법체류', 두 가지 혐의…그러나
검찰은 A씨를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협박한 혐의(특수협박)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 김성준 판사는 A씨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칼날 앞에서 공포에 떨었던 피해자 B씨의 ‘용서’였다. B씨는 수사기관과 법원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체류 기간을 넘겨 한국에 머물면서 특수협박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하면서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잘못을 인정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