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기업의 상징 SM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와 중국 자본 지배 체제에 들어갔다. 하이브가 보유 중이던 SM 지분 전량을 최근 텐센트 뮤직에 넘긴 데다 이에 앞서 사우디 국부펀드도 카카오를 통해 SM엔터 지분을 간접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영권 탈취와 이사회 장악에 눈이 먼 주주행동이 길을 터 준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SM은 한류를 대표하는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사우디의 플랫폼 자본에 휘둘리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보유 중이던 SM 지분 9.38%(221만2237주)를 오는 30일 중국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TME)에 주당 11만원, 총 243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텐센트는 이미 카카오엔터 지분도 간접 투자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이번 SM 지분 인수는 콘텐츠·IP 유통 플랫폼에 대한 중국 측의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2023년 2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보유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총 4228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 펀드와 합세한 카오의 맞불 공개매수에 밀려 단 0.98%만 추가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후 하이브는 같은 해 3월 카카오의 공개매수(주당 15만 원)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매각했으며 풋옵션 행사로 보유 지분이 일시적으로 다시 늘었으나 결국 블록딜과 이번 매각으로 SM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SM의 지분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외형적으론 카카오·카카오엔터(지분 약 41%)와 텐센트(추정 지분 약 9.4%)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들여다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영향력이 뚜렷하다.
지난 2023년 S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가 투입한 금액은 총 1조2000억원 이상인데 실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엔터가 주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공동 참여했다. 업계는 "카카오가 SM의 지분 40% 이상을 확보한 최대주주이지만 핵심 조달 자금이 PIF라는 점에서 실질적 지배력은 빈 살만 왕세자로 넘어간 상태"로 분석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신주를 특정 투자자에게 발행해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의 의결권 희석 없이 지배적 우호세력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겉으로는 경영권을 넘기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간접지배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처럼 막대한 실탄을 투입해 자금 의존도를 높이는 투자자가 제3자 배정에 참여할 경우 기업의 실질 지배력은 자금 제공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PIF는 카카오엔터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다양한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반복 참여해온 바 있다. 다시 말해 사우디는 카카오를 통해 SM을 간접 지배, 중국은 텐센트를 통한 직접 투자를 통해 양분한 구조다. 결과적으로 이수만 전 총괄의 퇴장 이후 SM의 독립성은 급격히 약화됐으며 현재는 콘텐츠·플랫폼·유통 전반에서 외국 자본 입김에 흔들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엔터업계 한 전문가는 "SM은 이제 더 이상 K-팝의 상징으로 보기 어렵고 글로벌 플랫폼 자본이 직간접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전략적 유통 거점’으로 봐야 한다"며 "얼라인파트너스를 필두로 이사회 장악만을 추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콘텐츠 기업의 독립성과 창의성 훼손을 넘어 한류의 지배권까지 외국자본에 팔아넘긴 대표적인 매국 사례"라고 지적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