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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김건희 스타일로” 용산 주문에… 서울도서전 무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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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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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 ‘2년 수사’ 끝 무혐의 윤철호 출협회장

윤 정부, 2023년 도서전 키컬러·주제문도 바꿔
‘고난의 3년’ 견딘 출협…보조금 등 수십억 끊겼으나
‘지배 관료주의’ 맞선 전문·공적 단체 집요한 모색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개막 전 두가지가 급히 바뀐다. 연주황색 계통으로 도안된 무대가 6월14일 개막 당일 푸른색 계열로 변한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와 경호처 관계자가 함께 와 주최 쪽에 요구했다. 이유는 무대 배경의 색상 기조 등 디자인이 김건희 여사의 의상 색 등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 행사가 임박한 터, 주최 쪽은 이미 제작한 필름 등을 폐기하고 1천만원을 더 들여 무대를 서둘러 완성했다.


도서전이 애초 내세운 주제문(슬로건에 관한 설명)도 바뀌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을 찾아가 요구했다. ‘비인간’을 문제 삼았다. 슬로건에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가 부제로 추가됐고, ‘형평사’가 주제문에서 빠졌다. 1920년대 경남 진주에서 백정들이 신분 해방을 요구하며 결성한 조직이 인간이 되려는 비인간의 사례로 들어 있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고민 끝에 주일우 당시 출협 부회장 겸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를 설득했다.


“출협에 대한 정부의 예산 시비가 이미 시작됐고, 6년 동안 문체부와 대립했는데 좀 맞춰 가보자 했어요. ‘윤 회장이 정부와 너무 싸워 출판계가 손해’라는 여론들이 있었거든요.” 언론 앞 솔직한 고백이 솔직한 분노로 바로 바뀌었다. “아휴 정말 하여튼 별…, 개막식 무대 교체는 나중에 알았는데 그것까지 알았다면 안 받았을 겁니다.”


김건희 여사는 2분50초 개막 축사 뒤 행사장을 떠났다. “손가락으로 책 한장이 넘어갈 때쯤 우리의 상상력과 생각은 무한대로 커지고 그 생각은 내 삶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문화와 책의 힘을 강조하고서다. 수개월 구상한 주제와 설치물이 찰나로 바뀌는 힘의 근원만 문화나 책이 아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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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에서 정부가 실패한 한가지가 있다. 문체부 관료는 개막식 때 김건희 여사 바로 옆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을 앉히도록 갖은 형식의 제안을 전해 왔으나, ‘주최자’ 출협이 끝내 쳐냈다. 2022년 도서전에서 있었던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출협이 준비한 개막식 직전 내빈과의 차담에 문체부 관료가 먼저 와 박 장관의 기호에 맞춰 좌석 배치를 죄다 바꿨다는 것이다.


‘박보균 문체부’는 서울도서전 ‘후원’ 두달 뒤인 2023년 8월 출협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서울도서전에 대한 국고보조 사업 수익금을 누락했다며 제기한 혐의는 보조금법 위반, 사문서 등의 위·변조, 업무방해 등이다. 나아가 박 장관의 공식 발언(“국민의 땀과 피, 눈물이 담긴 세금과 관련한 탈선과 낭비 의혹에 대한 추적, 진실 규명에는 예외가 없다”) 이면엔 출협 회장의 나랏돈 횡령·유용 의혹이 자욱이 배어 있었다. 경찰은 2년 가까이 수사를 끌다 이달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에 있는 출협에서 윤철호(63) 회장을 만난 까닭이다. 오후 3시께다. 건물 입구에선 조형물 ‘책을 지키는 여인’(공식 명칭은 ‘책을 지키는 사람’)이 비를 맞고 있었다.


―문체부가 왜 수사 의뢰했다고 보시는가?

“2017년 출협 회장이 되고서부터 도서정가제, 세종도서 운영, 저작권 등 문체부와 정책을 두고 이견이 많았어요. 블랙리스트 처리 문제도 컸죠. 끝까지 담당 국·과장을 고소·고발했고, 민관협치를 위한 거버넌스 제도 개선에도 주력했어요. 그러다 윤석열 정부 들어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가 밀려난 간부들이 복귀해서, 그것도 승진해서, 그대로 복수했다고 봅니다.”


―수사가 2년 가까이 진행됐다.

“계속 괴롭히려고 한 것 같아요. 예전 블랙리스트는 개인을 겨냥했는데 이후 조직·단체로 진화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출협을 붕괴시키려고, 서울도서전도 출협 주최로는 못 하게 하려던 거 아닌가요? 처음 조사받을 때 경찰도 도대체 문체부가 뭘 수사해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몇달 뒤 무혐의로 올렸는데 경찰청 보강 수사 지시로 계속 진행된 걸로 압니다. 애초 ‘지휘자’가 누굴까… 우리도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문체부 혼자 벌인 일은 아닐 겁니다.”


출협은 1947년 창립 이래 정부에 반하는 성명조차 내본 적이 드물다. 정부 보조금에 길든 점잖은 관변 이익단체의 체질 변형을 주도한 이가 윤 회장이다. 2017년 이후 3연임은 그 동력인 동시에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대가는 혹독했다. 문체부는 ‘출협 수사 중’을 이유로 2024년부터 도서전 예산 8억원, 해외도서전 참가 사업 보조금 30억원 가까이를 끊었다. 국고보조금 사업 신청 자격을 아예 박탈했다. 그러면서 출협 집행 명목으로 잡힌 예산을 정부가 직접 썼다. “이렇게 출협이 수난을 받은 적은 없어요. 왜냐? 이전엔 정부랑 다투지 않았으니까요.”


―박보균 장관은 2023년 도서전 다음달 기자회견에서 “서울도서전의 치명적인 도덕적·재정적 탈선”을 “감사 중”이라고, 문체부는 “출판계의 만성적인 개탄과 의심의 대상”이라고 윤 회장을 찍어 비난했다.

“수사 종결되며 새삼 발언을 봤는데 지독했더군요. 출판인들 사이에서도 ‘털면 안 나오겠어?’ ‘정부가 가만두겠어?’ 하고, 한 출판단체는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죠. 애초 정부에 맞선 게 잘못이란 사람도 많았습니다. 가장 힘든 건 수사가 아니라, 그런 인식이었습니다.”


수사 또한 더 가혹했을지 모른다. 문체부가 문제 삼던 출협 회계 자료에 윤 회장의 기부금 내역이 없었다면 말이다. 10억원가량. 정부가 제기한 누락 금액(2018~22년 4억8357만원)의 갑절이었다.


―2024년부터 출협을 통한 도서전 지원이 전면 중단되면서 ‘서울도서전 잘되겠냐’ 우려가 많았다.

“출판계 안에서도 도서전 망할 거란 사람들 많았죠. 정부 지원금 없이 도서전을 치러본 역사가 없으니까요. 정부도 수억 적자 보고 또 보면 손들고 말겠지….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독서 창달 같은 명분·가치도 중요하지만, 흥행이 되고 이익이 된다 보면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겁니다. 그런 성공 경험이 없어서인지, 한 원로께선 지난해 도서전이 잘됐다고 말해도 믿질 않더라니까요. 허허.” (후략)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10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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