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가 단순한 자연재해나 관리 실수가 아닌, 초기 시공사의 부실시공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24일) 오산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앞서 알려진 2018년 성철환경 측벽 옹벽 붕괴 외에 지난 2020년에도 같은 공법으로 시공된 다른 구간 지하차도 맞은편 측벽 옹벽도 붕괴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해당 구간은 양산로 391번길 서부우회로 아래를 교행하는 지하차도 맞은편 우신그린맨션 측벽이며, 2020년 8월 집중호우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빗물이 침투되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붕괴사고가 있기전 민선 7기인 2018년과 2020년에 이미 두 차례 옹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이들 사고는 모두 비슷한 유형의 ‘보강토 공법’이 적용된 구간에서 집중호우 시 하중을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강토 공법은 구조물 내부에 배수나 하중 분산에 대한 정밀한 설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집중 호우에 극히 취약한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부실시공 후유증”이라며 “애초에 전 구간을 동일 공법으로 시공했다면 그 자체가 위험 요소였다”고 지적합니다.
오산시의회 성길용 의원 역시 2018년 11월 오산시의회 제238회 정례회 본회의의 5분발언을 통해 2018년 붕괴된 옹벽 사고를 언급하며 보강토 공법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 전 구간 철거 및 재시공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는 “광역교통대책으로 추진된 도로에서 이런 식의 시공은 심각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침투된 우수와 유입수의 원활한 배수가 되도록 보강토 옹벽 전체 구간에 대한 안전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민선 7기에 두 차례나 옹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보강토 옹벽으로 시공된 전 구간에 대한 전면 재시공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토교통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는 정확한 붕괴 원인에 대해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경국립대 건설환경공학부 권성우 교수는 “보강토 옹벽은 블럭으로 찍어 놓은 걸 현장에서 그리드형식으로 쌓아올리는 것"이라며 "옹벽 뒤쪽에 채움제로 일정 두께로 배수가 잘 되도록 자갈을 채우고 배수가 잘 되도록 어딘가에 배수구를 설치해야 하고, 배수가 안 되면 압력이 높아져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부도로의 땅꺼짐은 지반이 약해졌다는 걸 의미하며, 거의 모든 옹벽에는 배수구를 설치하고 있고, 설계도면에 분명히 배수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옹벽 붕괴 사고간 구간에는 배수구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 오산 옹벽 붕괴 사고는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부실한 시공과 반복적인 땜질 복구에 그친 무사안일이 인명 사고로 되돌아온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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