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 정국의 포문을 열었다. 그 칼날은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더욱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본격화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의혹의 시작과 끝은 김 여사로 통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법에 규정된 16건의 의혹 외에 '김 여사 일가 집사' 김예성씨 관련 사건도 수사선상에 올렸다. 새로운 의혹의 핵심은 김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2023년 6월 기업·금융권 등의 투자금 184억원이 몰렸고 이 중 약 50억원이 김씨의 차명 회사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김씨는 10여 년 전부터 김 여사 일가의 '궂은일'을 맡았다는 이유로 '집사'로 불리고 있다.
특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기업의 투자 배경으로 김 여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가 윤석열 정부 초기에 국내 대표 포털 서비스인 카카오의 '다음' 뉴스 기사와 관련한 부정적인 댓글 등에 불편함을 드러냈고, 이른바 '여사 라인' 인사들이 카카오 측에 이를 전달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파악됐다. 윤 정부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가짜뉴스'까지 거론하며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인 2022년,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서비스의 뉴스 댓글 등이 도마에 올랐다. 윤 전 대통령 부부 혹은 윤 정부에 대해 비판성을 넘어 모욕적인 수준의 표현이 일부 존재한다는 문제 제기가 발단이다. 김건희 여사는 카카오의 포털 서비스 다음과 관련해 특히 주변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다음에 보수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 혹은 게시글이 많다"는 식의 말들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가 다음의 뉴스를 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는 게 시작점이다.
그러자 '여사 라인'이 움직였다. 대통령실 인사를 비롯한 일부 김 여사 주변 관계자는 카카오 측에 "다음 뉴스 서비스와 관련한 댓글 등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일부 댓글을 겨냥하며 극단적으로 '여론 조작' 가능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 관련해 이른바 '좌표 찍기'가 존재한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댓글뿐 아니라 일부 게시글 등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지적도 나왔다. '여사 라인'의 카카오 측 접촉은 이런 분위기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정권 출범 초 의례적으로 하는, 소위 '잘해 보자' '잘 봐달라' 식의 인사와도 같은 것"이라는 전 정부 관계자의 설명도 존재한다. 그러나 김 여사의 요청은 권한을 넘어선 '월권(越權)'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기업을 상대로, 비공식적으로도 요청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 이유다. 이처럼 대통령실에서도 나온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는 묵살됐다. 오히려 포털 서비스와 무관한 대통령실 부서에서조차 댓글과 게시글 관리 등 대응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대통령실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포털 서비스 관리는 2022~23년 윤 정부 초기의 주된 관심 대상"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정책 기조에서도 이런 기류를 짐작할 수 있다. 윤 정부는 출범 직후 '미디어 플랫폼의 신뢰성·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곧바로 '1호 미디어 정책'인 포털 뉴스 서비스 규제를 발표했다. 포털 뉴스 알고리즘,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등과 관련한 정책 협의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시 방통위는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 생태계가 공정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미디어 플랫폼의 신뢰성과 투명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라며 "미디어·법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관계 부처로 구성돼 6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음, 2023년 6월 댓글 서비스 개편…'댓글관리 요청' 의혹에 "사실무근"
그런데 '여사 라인'의 요청을 받은 카카오는 2023년 5월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했다.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이후 10여 년 만에 내린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한 달 후, 양대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는 대대적인 댓글 서비스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스 서비스에서 악성 댓글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다음은 2023년 6월8일부터 채팅형 댓글 서비스인 '타임톡'을 도입했다. 기사 발생 시점부터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창이 사라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악성 댓글 차단과 관련한 논의는 발표 이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은 여러 의혹을 반박했다. 카카오 측은 7월21일 시사저널에 "김 여사 측의 (댓글 관리) 요청 등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되레 2023년 6월 도입된 타임톡뿐 아니라 본인 확인제와 어뷰징 방지, 인공지능(AI) 악성 댓글 필터링 '세이프봇' 등의 시스템이 작동된다고 강조했다. 댓글 조작이나 좌표 찍기 등의 온라인 환경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또 카카오 측은 운영 정책을 위반한 댓글 등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여사의 댓글과 관련한 논란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 사건과 맞물리며 의문을 낳고 있다. 김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여러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거기에 카카오모빌리티도 포함돼 있다. 특검은 이 투자가 사실상 김 여사를 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 측을 비롯해 복수의 관계자를 연이어 조사하는 가운데, 김씨와 김 여사 일가와의 관계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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