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잔디(가명)씨가 어렵게 용기 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수년간 당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린 2020년 7월8일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잔디씨는 망인이 죽길 바라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서울대 화학과 교수 신정휴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 해임된 조교가 신정휴를 상대로 1993년 10월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변론에 나선 인물이다. 1998년 2월 피해자 최종 승소로 결론 난 이 사건은 우리나라 법에 ‘성희롱’이라는 이름으로 성적 학대의 개념과 법적 규제, 피해자 보호 조항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잔디씨는 그런 박 전 시장이 정작 업무상 관계에 있는 부하 직원인 자신을 성적 대상화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지거나 법의 심판을 받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그를 용서해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아무 일도 없던 그 상태로는 이제 돌아갈 수 없음을 잔디씨는 알았다. 달라진 일상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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