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관계와 약자 인권에 둔감한 이에게 여성가족부 장관을 맞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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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논리만큼 나태한 대응은 없다. 자격 없는 공직자를 걸러 끝장날 정권이 있으랴. 검찰개혁이 물 건너간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다가 정권 동력을 상실한 문재인 정부를 교훈 삼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숱한 인사 검증 실패와 강행 또한 불통과 무능의 시작이었다.
‘현역 의원 불패’ ‘당정 일체 기조’ 운운은 솔직해서 당혹스럽다. 국민에겐 의미 없거나 손해를 부를, 의원들의 자기 이해 추구를 부끄러움도 없이 내세우니 말이다
강 후보자가 갑질을 덮을 만한 정책적 전문성과 소신을 보여준 게 있던가?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갑질을 변명하고 사과하느라 여가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조차 없었다.
서면 답변에서 비동의 강간죄 입법 등 민감한 현안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로 일관했다. 2023년 차별금지법∙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전 후보자의 경우 논문 표절∙가로채기 의혹보다 근본적인 결격 사유는 특목고, 사교육비 대책, 고교학점제, 유보 통합 등 현안에 전혀 답하지 못한 비전문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강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도덕적 흠결을 압도하는 그의 능력과 자질이 도대체 어디 있나.
심지어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은 여가부 업무와 무관하지도 않다.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위계∙권력의 맥락에서 벌어지며 차별은 구조적인 것이다.
권력관계와 약자 인권에 그토록 둔감한 이에게 평등과 인권 제고, 소수자 보호라는 여가부 업무를 믿고 맡기기 어렵다.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등을 제대로 처리할지 불안하다. 여가부 장관은 거대하고 미세한 차별에, 약자와 소수자의 처지에 가장 민감해야 하는 자리다.
성평등 의제를 틀어쥐지 않고선 이 시대에 가장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차별과 혐오, 젠더의식 격차, 청년 보수화, 저출생, 선진 가치 내면화 같은 난제들이 그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강간죄 개정의 필요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옹호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식견과 소신과 철학을 갖춘 이를 물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