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코미디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좀비물의 쫄깃함은 미세한 양념 수준이며, 실질적인 주재료는 찐하고도 짠한 부성애다. 원작을 몰라도 무리 없이 따라갈 만큼 단순하고 쉽다.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단선화돼 있고.
초반에는 배우들의 연기 덕에 힘을 받는다. 조정석 이정은은 주전공을 능숙하게 소화하고, 조여정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엇보다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 ‘애용이’는 확실한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원초적이고 평면적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 고급진 연기를 얹어도, 인물의 밀도와 설계가 아쉬우니 감정은 쉽게 반감된다.
중반 이후 드라마가 본격화되며 영화는 더욱 더 평평해진다. 이야기의 흐름은 전형적이고, 감정선은 신파 구조로 정리되며, 웃음과 눈물의 구간도 명확하게 설정돼 있다.
캐릭터는 예측 가능한 감정에만 머물고, 감정은 익숙하지만 깊지는 않다. 찰나의 감동은 있으나, 여운은 짧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택했지만 (큰 틀에선) 반전이라기보다 무난한 귀결에 가깝다.
조정석은 여전히 능청스럽고 따뜻하다. 게다가 절절하기까지 하다. 착한 아빠, 짠한 남자,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가이. 그가 늘 잘해온 인물이고, 그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 모든 장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웃음도, 감동도, 이야기의 에너지마저 반쯤에 머무른다. 감정은 있지만 설득력은 부족하고, 연기는 좋지만 인물은 지루하다.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그의 감정선이 영화적 쾌감까지 끌어올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좀비딸’은 종합선물세트처럼 이것저것 담긴 영화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던 선물은 아닌 묘한 서운함을 느끼게 한다.
기대는 컸지만 감정은 과잉, 웃음과 감동은 어정쩡하다. 그릇과 알맹이의 그럴듯한 결국 그렇지못한 부조화가 아쉽다.
지금 관객에게 필요한 건 ‘무난하게 통할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꽂히는 감정’이다. 확실한 극장 관람의 이유,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한 방이 필요하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끝내 화끈하게 겨냥하지 못했다.
추신. 응원하고픈 마음은 있다. 그런데 ‘추천’은 또 다른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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